'엄' 개그, 웃기는 데 맛들렸다 - '네버엔딩 스토리' 엄태웅 인터뷰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엄태웅 전성시대다. TV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남성성이 '뚝뚝' 떨어지는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통해 '엄포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엄태웅이 최근 새로운 별명을 또 하나 얻었다. 공중파의 주말 버라이어티 '1박2일'에 게스트가 아닌 정규 출연자로 합류하며 엄태웅은 '허당' 느낌의 '엄순둥'이라는 닉네임으로 통(通)하기 시작했다. 평균 시청률 20%를 상회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엄태웅은 점차 대중이 몰랐던 완전히 새로운 면들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저 무겁고 진지할 것 같던 그는 '1박2일'에서 어수룩한 몸 개그와 말 장난도 서슴지 않았다. 근사한 근육질의 맨 몸매를 드러내며 여성 팬들도 부쩍 많이 확보했다. "15년 연기했던 것보다 6개월 '1박2일' 하면서 '완전' 유명해졌어요."라는 그의 말대로 '1박2일'은 엄태웅이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엄태웅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배우다. 18일 개봉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엄태웅은 동생 부부 집에 얹혀살다 덜컥 시한부 선고를 받고 정신을 차리는 반백수 캐릭터 '동주'로 등장한다. 하지만 '네버엔딩 스토리'가 죽음과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품은 진지한 영화는 아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또 다른 여자 캐릭터 '송경'(정려원 분)을 등장시킨 '네버엔딩 스토리'는 동병상련의 두 남녀 동주와 송경의 '알콩달콩'한 로맨스에 이야기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두 주연 배우의 화학반응이 훌륭하다는 좋은 말도 있지만 쓴 소리도 적잖다. 영화가 두 남녀의 연애 에피소드를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삶을 경시하고 죽음을 희화화한다는 악평도 나오고 있다.
영화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엄태웅은 극 중 '반짝반짝' 빛난다. 일부러 컨셉트를 잡으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엄 그랜트'(영화 '노팅 힐 Notting Hill'의 주연배우 휴 그랜트에서 온 별명이다)라는 별명을 그에게 안긴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은 엄태웅의 연기사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1997년 장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막힌 사내들'에서의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공공의 적 2' '실미도' '부활'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진지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내뿜었던 엄태웅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통해 발랄하고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입증했다."생활형 로맨틱 코미디가 저한테 맞아요. 조각처럼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연기해야 효과적인 영화는 따로 있죠. 소지섭과 한효주가 주연한 영화 '오직 그대만'은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했으면 제 맛이 안 났을 거에요.(웃음)" 그의 말대로다. 로또 1층 당첨에 모든 것을 걸고, 트레이닝 바지 앞섶에 손을 넣어 무심하게 '벅벅' 긁어대는 동주는 '남자' 엄태웅의 많은 면을 제대로 투영한 성공적 캐릭터다.
'1박2일'을 하면서 엄태웅은 많은 것을 배웠다. "영화배우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라는 식의 반신반의에서 내린 결정이었던 탓에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왔다. 그저 다른 출연자들에게 절대 피해는 주면 안 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물론 배우가 직업인 사람이지만 '1박2일'에 오면 저는 100% 예능인이라고 생각하면서 편해졌어요. 발을 살짝 걸쳐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거죠. 겉도는 손님이었던 제 눈에 언제부턴가 초대 손님들이 정말 초대 손님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 즈음의 일입니다. "여기 온 거 후회 안 하게 잘 해서 편하게 있다 보내야지."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웃음)" 뼈 속까지 예능인이 된 엄태웅의 한 마디다.안타깝지만 '네버엔딩 스토리'의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엄정화 웃고 엄태웅 울고' 예년보다 유독 짧았던 설 극장가를 정리하는 한 마디다. 엄정화 황정민 주연의 '댄싱퀸'이 전국 12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모으며 2012년 설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반면 '네버엔딩 스토리'는 전국 15만 명의 관객으로 6위에 오르는데 그쳤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엄태웅의 이름 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엄태웅은 더 이상 흥행 여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 이제, 그는 넓고 멀리 보는 방법을 터득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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