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병(病)도 움직인다

당신 따라 독감, 장염도 고향 가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설 연휴 기간 귀향길에 오르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구 대이동이 시작된다. 고향 가는 길에 사람만 가는 것은 아니다. 이 맘 때면 늘 모습을 나타내는 각종 감염병도 따라간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성 장염 등이 대표적이다. 음식을 나눠 먹을 기회가 늘면서 감염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즐거운 명절이 감염병 확산의 매개가 돼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다. 감염병이 무섭다고 고향에 안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줄 겨울철 유행 감염병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 요주의 대상은 해마다 겨울에 활개를 치는 인플루엔자다. 질병관리본부는 일찌감치 본격적인 인플루엔자 유행이 예상된다며 지난 5일 주의보를 발령했다. 올해 1주차(1~7일) 인플루엔자의사환자분율(ILI)은 6.2로 전주 4.7에 비해 높아졌다. 이번 겨울 들어 정점을 찍은 것이다. 인플루엔자의사환자분율이란 병원에 외래로 찾아온 환자 1000명 중 인플루엔자 감염의심 환자수를 말한다. 유행 기준은 3.8명으로 이미 지난해 말부터 유행기준을 웃돌았다. 겨울 혹한에 설 연휴 대규모 인구 이동까지 겹치면서 인플루엔자 확산이 우려된다.인플루엔자는 환자의 기침이나 콧물 등의 분비물을 통해 쉽게 감염된다. 일반적으로 감기에 비해 고열과 심한 근육통, 피로감을 동반한다.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받으면 항체가 형성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 면역 효과는 통상 6개월 가량(3~12개월) 지속된다.우선접종 권장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와 보호자, 생후 6∼59개월의 소아, 임산부 등으로 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빨리 가까운 병ㆍ의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다. 박혜경 감염병관리과장은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난 이후 1세 이상 9세 이하 소아와 임산부, 65세 이상 노인, 면역저하ㆍ대사장애ㆍ심장병ㆍ폐질환자 등 고위험군 환자는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예방법은 간단하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 나오면 휴지 등으로 입을 가리는 등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또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는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만약 발열과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써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는다.
 ◆어린이 '장염' 주의…어른들 "술잔 돌리지 마세요"= 배탈과 설사를 일으키는 장염이 주로 여름철에 걸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염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유행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장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12월(평균 7만432명)이었다. 12~1월의 겨울철 환자(19만4000여명)가 여름(7~8월)보다 6000여명 더 많았다.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등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추위에 강하고 적은 양으로도 발병이 가능한 탓이다. 면역력이 약한 10살 미만의 영ㆍ유아와 어린이(전체의 62.6%)가 특히 취약하며 학교 등 시설이나 가족 내에서 집단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또 겨울철에는 위생관리가 소홀해지고 실내 활동이 주를 이루다보니 감염확산 속도가 빨라질 위험이 있다. 소아는 탈수 진행이 빨라 체내 수분의 10%만 빠져도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주의한다. 때문에 아이가 열이 나고 구토를 하면 병원을 찾아 조기에 수액 치료를 받는다.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아이들의 손이 닿는 장난감과 우유병은 수시로 살균한다. 장염이 심하다고 해서 굶어서는 안 된다. 수분 부족으로 인한 탈수를 막기 위해 부드러운 죽이나 끓인 물을 마셔 체내 수분과 영양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때도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는 기본이다.다 같이 음식을 나눠먹고 술잔을 돌리는 한국 문화의 특성상 'A형 간염'도 경계 대상이다. A형 간염은 주로 감염된 음식물이나 식수를 통해 전염되며 위생 상태가 나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2~3주간 별다른 증상은 없다. 가벼운 감기 증상이나 발열, 근육통, 피로감 등이 전부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다 짙은 소변, 황달, 흰색 대변을 본다면 이미 상태가 심각해진 후다.만약 감기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황달기가 있으면 A형 간염을 의심해보고, 즉시 병원으로 가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술자리에서는 잔을 돌리지 않는 것이 좋다. 또 20~30대 이하는 대부분 항체가 없는 만큼 6개월~1년 간격으로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한 방법이다.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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