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해를 품은 달]에는 영민하기로 소문난 지웅이의 아빠 정은표 씨(왼쪽)와 은서 아빠 김응수 씨가 열연 중이십니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일이잖아요. 얼마 전 셋째가 생겼다는 정은표 씨가 내시 역할이라니요. “내가 환갑일 때 우리 셋째가 겨우 열세 살이야”라며 노심초사 중인 분이 극에서는 세자 대신 곤장을 맞느라 볼기에 새살이 돋을 날이 없는 신세이지 않습니까? 더구나 내시 처지에 가당치 않게 훤과 연우 사이에서 연애조언자이자 사랑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계시지 뭐에요. 형선 내관이 내놓은 정밀분석, ‘연우 낭자의 뇌구조’에 폭소를 터뜨리지 않은 시청자가 어디 있겠어요. 저도 무심히 뭔가를 입에 대고 있다가 순간 내뿜을 뻔 했답니다. <붕어빵>을 시작 이래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봐왔기 때문일까요? 마치 정은표 씨가 내 가족, 내 친구라도 되는 양 뿌듯한 마음이에요. “그래, 드디어 해냈어!” 뭐 이런 기분인 거예요. 셋째를 가지신 후 안 드시던 건강식품까지 챙겨 드시는 등 걱정이 태산이시라는데 드라마가 순풍에 돛단 듯 이리 잘 풀려가니 얼마나 좋아요.반전으로 따지면 은서 아빠도 지웅이 아빠 못지않으세요. <붕어빵>에서는 딸내미가 폭탄발언을 하나씩 내놓을 때마다 전전긍긍, 좌중의 눈치를 살피는 은서 아빠가 극중에서는 야심에 불타는 벼슬아치로 등장해 ‘왜 공주 아기씨의 마음 하나 잡지 못한 것이냐’며 딸 보경이를 준엄히 나무라고 있으니, 이건 뭐 자꾸만 피식피식 웃게 됩니다. 지난주만 해도 단골 장어집에서 얻어온 풍산개를 딸보다 애지중지 여기는 사연이 폭로되는 바람에 눈총을 사셨죠. 게다가 부녀지간에 손짓 발짓에 한숨까지 섞어가며 스피드 퀴즈를 풀 때는 아주 배꼽을 잡았답니다. 그렇게 허술한 구석이 많으신 분이 드라마에서는 왜 그리 비열하니 용의주도하신지 모르겠어요. 거기에 또 이조판서 윤대형과 홍문관 대재학 허영재는 정쟁의 중심인물들이잖아요. 외척 세력의 수장 격인 윤대형과 청렴결백한 성품으로 왕의 신임을 받고 있는 허영재는 앞으로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운명인데요. 투 샷 장면이 많은 두 분이 <붕어빵>에서도 마주친 적이 있었을까요? 시기적으로 봐서 동반 출연하신 적은 없지 싶지만 그래도 아마 두 분 사이에는 끈끈하게 흐르는 동질감 같은 게 분명 있을 겁니다. 누가 뭐래도 <붕어빵> 동창생이니까요. <H3>저는 꽃도령들보다 <붕어빵> 아빠들을 응원 할게요</H3>귀여운 두 아들 믿음이와 마음이(왼쪽) 덕분에 악역을 맡은 이정용 씨가 그다지 밉지 않더라구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연기자의 이미지에 해가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래서 출연을 되도록 삼간다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지만, 글쎄요. 영리하게 조율만 잘 한다면 득이 꽤 있지 싶어요. 특히 악역의 경우, 예능에서의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극에서 아무리 못된 짓을 한다한들 무턱대고 비호감으로 전락할 걱정은 없으니 말이에요. 우리의 귀염둥이 믿음이, 마음이 아빠 이정용 씨만 해도 그래요.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주인공 양강칠(정우성)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놈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다른 악역과는 달리 그다지 밉지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예능의 이미지가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얘기는 또 아닙니다. 묘하게 흐름은 망가트리지 않으면서 더 격려하며 지켜보게 되더라는 얘기죠. 그건 어쩌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 덕인지도 모르겠어요. 시청자조차 가족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붕어빵>, 이 훈훈한 프로그램에 자녀와 함께 출연해 허심탄회하게 속을 털어 놓고 나면 모두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가족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붕어빵> 아빠들. 드라마를 마칠 때까지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래요! 다들 꽃 도령들에게 열광하고 있지만 저만은 <붕어빵> 아빠들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