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값 파동' 대책 하루가 급하다

전북 순창의 한 농가에서 엊그제 소 아홉 마리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이유가 참으로 딱하다. 소값은 폭락하는데 사료값이 뛰면서 키울수록 빚이 쌓이자 주인이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못한 때문이란다. 굶겨 죽인 셈이나 마찬가지다. 굶어 죽은 소도 소지만 애지중지하던 소를 굶겨 죽인 농민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싶다.  소값 파동이 심상찮다. 2009년 635만원 하던 한우(600㎏)값이 요즘은 444만원으로 30%나 떨어졌다고 한다. 송아지값도 280만원에서 129만원으로 급락했다. 특히 육우(고기생산용으로 개량한 수컷 젖소) 송아지값은 삼겹살 1인분 가격과 같은 1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소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과잉 공급이다. 국내 한ㆍ육우 사육 두수의 적정선은 260만마리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미 300만마리를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구제역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80%가량 증가하는 등 수입 쇠고기 수요가 늘어나며 한우 소비는 크게 줄었다. 사료값이 껑충 뛰어 적자 폭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 2008년 이후 쇠고기값이 치솟자 너도 나도 한ㆍ육우 송아지 입식에 나선 농가에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과잉 공급 등으로 소값 폭락이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수급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 탓이 더 크다. 적정 사육 두수 조정도, 소비 촉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축산 농민들이 정부에 항의의 표시로 '한우 반납운동'을 벌이는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이대로 간다면 축산업은 무너지고 농민들은 쌓이는 빚더미에 파탄 날 게 뻔하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굼벵이다. 어제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도 군납용을 국내산 쇠고기로 대체하고 한우 선물세트를 할인 판매한다는 임시방편뿐이다.  적정 사육 두수를 조절해 과잉 공급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30만~50만원의 암소 도태 장려금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농가 자율에만 맡길 게 아니다. 30만마리 정도를 수매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행정지도를 펴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산지 소값은 떨어졌는데 소비자가격은 그대로인 유통구조의 문제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손봐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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