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출처를 알수 없이 떠도는 루머들은 올해도 증권시장을 틈틈이 찾아왔다. 가끔은 일부 기업이나 업종을, 또 가끔은 증시 전체를 흔들었다. 2011년 한국증시를 들썩이게 한 '올해의 루머들'을 되짚어봤다. ◆日 원전폭발에 대한 공포.. 루머로 재확산 = 3월 일본의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폭발 참사는 국내 증시에서도 한동안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3월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7.31포인트(2.40%) 급락한 1923.92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전일 1106조6864억원에서 이날 1078조9656억원(종가기준)으로 28조원 증발했다. 특히 장 중에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성물질이 한국에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루머가 확산되며 코스피는 1882.09까지 추락했다. 이날 지수의 변동폭은 103포인트가 넘었다. 코스닥시장의 낙폭은 더욱 컸다. 전날에도 일본 대지진의 충격을 그대로 반영했던 코스닥지수는 이날도 13.54포인트(2.69%) 하락한 489.44로 마감했다.◆잊을만 하면 나오는 STX 자금난루머 = STX그룹주도 재정난 루머에 급락했다. 10월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TX는 전날보다 5.07%나 급락했다. STX엔진은 11.11%, STX팬오션은 10.27%나 폭락했고 STX조선해양과 STX메탈도 각각 5.32%, 6.47% 하락했다. 원인은 그룹이 자금상의 위기를 맞았다는 루머였다. STX그룹의 계열회사들이 채권발행에 실패하고 산업은행의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있다는 내용이다. 그룹측이 모 증권사 관계자들과 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논의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확산됐돼 낙폭을 키웠다. STX그룹측은 "주가가 급락할 수준의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없다"면서 "다소 근거없는 루머로 파악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룹 측의 해명 후에도 이날 하락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에 STX그룹은 신용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루머 배포자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해당 루머로 STX그룹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투자자들이 경제 및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 재정위기 '째깍째깍'.. 佛 신용등급 루머 = 올해 글로벌 증시를 짓누른 주범으로는 단연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꼽힌다. 이따금 유럽 일부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나 루머가 퍼질때마다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지난 11월16일 조정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전날보다 30.05포인트(1.59%) 내린 1856.07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10.75포인트(2.11%) 내린 497.58로 장을 마쳤다. 오전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확산된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설이 원인이었다.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주요 아시아국 증시와 미국 선물지수가 일제히 급락하고,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집중매도에 나서며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결국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의 강등 경고와 프랑스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등 프랑스를 둘러싼 '위기의 증거들'이 루머에 불을 지핀 셈이다. ◆김정일에 이어 아들까지? 김정은 사망 루머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0일 후 인 12월 27일, 코스피가 급락했다. 증권가 주문실수라는 뻔한 소문도 돌았지만, 가장 충격을 준 것은 중국군의 북한 파병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사망설이다. 이날 소폭 상승출발했던 코스피는 오전 10시35분께 갑자기 하락반전했고, 낙폭을 키웠다. 장 중 한때는 이날 고점 대비 50포인트 이상 하락한 1813.48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좁혔지만,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68포인트(0.79%) 하락한 1842.04로 장을 마쳤다. 이에 앞서 중국 현지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중국군이 북한 파병설이 등장했다. "북한의 급변사태를 예방해야한다"면서 "지상군을 북한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보도했다. 곧이어 국내 증권가에는 '김정은이 사망했다' '중국군이 북한에 파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 루머가 떠돌았다.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랭되면서 지수가 빠르게 미끄러진 것.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오전 10시40분께 선물 매도 물량이 2000계약 정도 나왔다"면서 "그러나 선물 매도 물량 만큼 현물에서도 유사한 규모의 매도가 나와야 하는데 여러 군데서 큰 규모로 나온 게 없고, 반대매매도 없었다"고 주문실수 루머 가능성을 낮게 봤다. 루머에 반응한 것은 개인 뿐이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국내 주식을 각각 904억원, 2053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2084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프로그램 매매는 132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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