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그룹 계열사 투자금이 형 최태원(51)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에 전용되는 과정을 주도한 혐의로 최재원(48) SK그룹 수석부회장이 구속됐다.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2시 최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신문)를 진행하고 자정을 넘긴 29일 오전 2시께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이날 오후 1시 40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에 출석한 최 부회장은 취재진 앞을 묵묵히 지나쳐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SK그룹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SK그룹 계열사 18곳이 창업투자사 베넥스 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투자금을 형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전용한 혐의 등으로 최 부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27일로 잡혀있던 최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최 부회장 측이 변론 준비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하루 늦춰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 부 회장은 베넥스에 투자된 SK계열사 자금 2800억원 중 99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액 중 497억원은 앞서 구속기소된 김준홍(46) 베넥스 대표의 계좌를 거쳐 형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또 베넥스 자금을 담보로 저축은행 대출을 지시한 혐의와 차명보유 주식을 액면가보다 비싸게 사들이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최 부회장은 검찰의 세차례 소환조사 끝에 횡령 혐의를 일부 시인했으나, 형 최 회장과의 연관성은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이 최 부회장을 구속함에 따라 사실상 SK그룹 회장 형제의 계열사 투자금 횡령 의혹은 동생 최 부회장이 주도한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검찰은 그러나 형 최 회장이 수천억원대 회사 자금이 움직이는 과정을 전혀 몰랐다고 보기는 힘든 만큼 최소한 이같은 과정을 묵인하거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서 베넥스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투자금 전용 사실을 최 회장이 알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계3위의 SK그룹이 경영공백을 맞이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 형제를 동시에 구속한 전례가 드문 점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며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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