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흘만에 도루묵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유럽이 정상회담 사흘만에 원위치로 돌아왔다. 12일(현지 시각) 마감된 유럽의 주요 증시는 독일의 닥스지수가 4% 가까이 폭락하고, 이탈리아는 70억 유로 규모의 국채 1년물 입찰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수익률이 5.9%를 넘어 지난 달말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의 6.1%에 거의 근접했다. 또 유로화 환율도 1.32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지난 2009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장 분석가들은 지난 주말의 유럽연합 정상회담의 재정협약안이 유로존 부채위기를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으며, 유럽 정상들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쪽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스페인 등 부실 남유럽 국가 국채 매입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 각국이 노동시장을 개혁해 성장 중시의 정책을 채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증권담당 책임자인 닐 카쉬카리는 이날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유로존 부채) 위기를 감당할 만큼의 충분한 재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피해가 커진다면서 지난 유럽 정상회담은 반쪽짜리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로존 17개 국가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놓고 등급 하향을 경고한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12일 유럽담당 소석 이코노미스트인 장-미셀 식스는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이 의견 일치를 보이기 위해서는 독일의 주요 은행이 진짜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든가 하는 또한번의 충격이 와야만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차례의 추가적인 유럽 정상회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유럽의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 1/4분기내에 유럽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도 유로존의 국채 위기에 대한 포괄적 해결책을 보지 못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심각한 경기 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또 ECB는 유일한 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만한 유일한 방화벽이라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가 최상위 신용등급(AAA)를 잃어도 충분히 사태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최상위 등급 상실을 기정 사실화했다. 그러나 독일 중앙은행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ECB의 추가 행동은 없을 것이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ECB의 국채 매입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와 함께 독일 내에서도 ‘재정 협약’이 재정 주권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독일 대통령과 연방의회 의장이 국민투표나 헌법재판소의 심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유럽 각국에서 내에서의 협약 비준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전세계적인 신용 축소에 따른 선진국의 국채 발행 실패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 정책이 가능한지 전초전으로서 ECB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유로화 위기 재연에 따라 유로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노무라증권의 G-10(세계 10대 중앙은행) 외환거래 전략 책임자인 엔스 노르드비크는 “올해 말 이전에 (유로당) 1.30달러 선을 시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거기서(1유로당 1.30달러선)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휩쓸고 내려갈 것인가가 진짜 문제”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유로화가 1.20달러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시 달러화 신용경색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유로당 1.23달러 수준을 하향하는 것이다. CNBC는 또 “전문가들은 단지 (ECB가) 국채를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는 구두 개입만으로도 시장을 진정시키고 국채 수익률(금리)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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