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아파트 유휴공간을 ‘공공도서관’으로 변신시켜

민간 주도 마을공동체 도서관 만들어 예산 17억원 절감...‘성산글마루작은도서관’ 건립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방치돼 있던 아파트 편익시설이 인근 주민들도 함께 쓰는 ‘작은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에 지난 1일 개관한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은 마포구가 관 주도의 도서관 정책을 민 주도로 바꿔 조성 비용과 운영방식 등에서 혁신을 가져온 사례다. 지자체인 마포구 뿐 아니라, 도서관 부지와 건물은 아파트 주민이, 도서관 리모델링 비용은 기업에서 제공해 도서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크게 줄였다. 마포구 구본수 교육지원과장은 “ 주민들의 도서관 증설 요청은 늘어나고 있지만 ‘작은도서관’ 하나 지으려면 부지 매입비, 건축비만 해도 최소 20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서관 확충에 어려움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도서관 건립 방식은 지자체에서 도서관 건립비용 전부를 부담해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형태다.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

마포구는 이 문제의 해답을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주민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얻어냈다. 이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아파트에 딸린 부속건물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2억8400만원(구비1억8100만원, 후원금1억300만원)의 비용으로 188㎡(57평) 규모에 총 8668권의 소장도서와 어린이, 성인 열람공간,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실, 다문화사랑방 등을 갖춘 작은도서관을 지었다. 공공도서관인 ‘작은도서관’이 공공시설이 아닌 아파트 단지 내에 지어진 것은 성산글마루가 1호다. 성산시영아파트 주민들이 무상으로 제공한 이 부속건물은 전체 3층 중 2~3층이 빈 공간으로 장기간 방치돼 있었던 곳. 마포구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단과의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시설 사용과 운영권 확보를 따냈다.처음에는 도서관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았지만 마포구 공무원과, 입주자대표회의, 도서관 전문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작은도서관 추진위원회’가 적극 나서 주민들의 이해와 설득을 이끌어냈다.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도서관으로 꾸미기 위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주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마을공동체 도서관이라는 취지를 호소해 주민들의 공감을 샀다.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

아파트 주민들은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는 것 외에 건물 밖 담장을 걷어내는 것에도 동의, 아파트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성산시영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송춘화 씨는 “우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동네 가까이에 도서관이 없어 멀리 간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놀고 있는 부속건물이 늘 눈에 걸렸다”며 “예전엔 눈엣가시였던 이 곳이 앞으로는 아파트 주민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방송 작은도서관을만드는사람들 등이 추진하는 '2011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민은행으로부터 리모델링에 필요한 1억3000만원 후권금을 지원받았다. 앞으로 구는 주민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이 ‘작은도서관’을 주민 자원봉사자, 재능봉사자에 의해 1년 365일 문을 여는 마을공동체 도서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한편 13일 오후 2시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 개관식이 성산시영아파트 내 복지관 3층, 성산글마루작은도서관에서 박홍섭 마포구청장을 비롯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은행 관계자, 시영아파트입주자대표,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다. 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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