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오비맥주의 맥주가격 인상안이 또 보류됐다. 지난달에 이은 두 번째 인상 실패다. 이는 물가 잡기를 최우선 명제로 내세우며 기업들에 쌍심지를 치켜든 정부의 압력에 또 다시 '없던 일'이 돼버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치솟는 원재료 값 등 가격 인상 요인의 급증으로 인해 허덕이고 있는 오비맥주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격인상안을 백지화했다. 당초 오비맥주는 이날부터 카스, OB골든라거, 카프리 등 맥주제품의 가격을 7.48% 올리기로 했었다.오비맥주 관계자는 "당초 두 자릿수 이상의 맥주 원가상승 요인을 반영해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연말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가격인상 계획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에도 도매상에 공문을 보내 같은 달 19일부터 맥주제품 가격을 10% 정도 올리기로 했었다. 하지만 국세청 등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다시 내부 조율을 거쳐 10%대의 인상률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업계에 권고한 가이드라인 이내인 7%대로 낮춰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말 주류 성수기에 소비자 물가 상승을 염려한 정부의 반대로 인해 또다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오비맥주는 올해 초부터 맥주 가격을 올리기 위해 국세청에 계속 가격 인상을 요청해 왔었다. 원부자재 급등 등 각종 가격 인상 요인의 압박으로 인해 맥주 가격을 올리지 않고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맥주의 주원료인 수입 맥아와 보리의 국제 시세는 올해 8월 현재 kg당 803원과 455원으로 2009년 평균 가격보다 각각 58.8%, 103.8% 급등했다. 맥주 캔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알루미늄 값도 2009년 kg당 평균 2225원에서 올해 8월에는 2777원으로 뛰었다. 또 3월에는 운송차주들이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거부 시위까지 벌여 제품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것이 오비맥주 측의 설명이다.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 가격의 인상은 2009년 10월 이후 2년여 만이라 가격 인상 이유에는 공감하지만 다른 주류 제품 가격도 일제히 오를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손실폭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한편, 이 같은 인상 요인의 급증에도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과 이익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두 번의 가격 인상안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지난 2008년 41.8%에서 지난해 45.4%로, 올 들어서는 현재 49%까지 치고 올라와 1위인 하이트진로를 위협하고 있다. 또 오비맥주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008년 2263억원에서 2009년 2514억원, 지난해 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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