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기자
장목순씨는 카누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카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책만으로 카누를 배우기엔 분명 한계가 있음이 느껴졌다. 곧바로 그는 테드무어라는 카누장인을 찾아 캐나다까지 날아갔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한 달 간 카누 공부에 ‘올인’ 하는 열정을 불태워 100% 수제 캐내디언 우든 카누(나무 카누)를 탄생시켰다. 드디어 장목순씨의 새로운 두 번째 인생이 본격적인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국내 최초의 카누제작학교를 만들다“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운 놀이이자 운동, 가족과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레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 물 위에서 느껴지는 아늑함과 편안함,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광들…. 카누의 장점이 이렇게나 많습니다.”카누 예찬론을 늘어놓으며 은근히 신이 나는 눈치다. 땀 흘려 직접 지은 카누를 타면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장 박사는 여러 사람들과 이런 감성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지난해 1월 그가 춘천에 카누제작학교를 세운 이유다. 소규모 카누 제작소 및 학교는 국내에 몇 안 된다. 그중에서도 그의 카누학교는 정통 캐나다식 카누를 만들고 판매한다.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학교 겸 공장인 셈이다. 공구와 재료는 모두 여기서 제공하므로 몸만 오면 된다. “(카누 만들기가) 왠지 어려워 보일 것 같다”고 운을 떼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카누 한 척을 제작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며 전문가는 3~4일에 한 대, 초보자라도 열흘에서 2주면 한 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카누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타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장 박사의 설명이다. 직진, 후진 등 노 젓는 법 몇 가지만 익히면 쉽게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카누를 제작하고 타는 사람들의 현장 실습을 코치하고 있다.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모두 즐겁죠. 늘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고나 할까요.” 장 박사는 다짐했다. 가족 단위로 카누를 타고 한국의 아름다운 호수와 강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새로운 물길을 열리라. 그리고 곧 실행에 옮겼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다. 하천점유휴가, 수상레저사업권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마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지난해 7월 물레길 사업은 그렇게 출발됐다. 카누 대중화위한 물레길 조성에 나서다물레길. ‘물길을 따라 여행하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 박사는 지난 7월 출범한 사단법인 물레길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요즘 걷기 열풍으로 올레길, 둘레길, 나들길 등 전국에 수많은 ‘길’이 생겨나고 있는 데서 착안해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강과 호수에서 가족과 함께 카누, 요트 등의 수상 레포츠를 체험하며 다양한 아웃도어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춘천시와 손을 잡고 물레길 관리, 카누 타기 교육, 카누 캠핑, 카누 제작학교생 교육, 사회봉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강원도는 물이 맑고 경치가 좋아 유독 카누 타기에 좋은 장소가 많다. 장 박사가 첫 선을 보인 춘천물레길은 카누로 의암호 일대를 돌아보는 여행지로 붕어섬길, 중도길, 의암호수 경유길 등 3개 코스가 개발돼 운영되고 있다. 카누학교·물레길에 그가 들인 비용은 5억원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카누학교에서 얻는 수익을 가져가느냐고 묻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다시금 물레길에 고스란히 투자한단다.그리고 사회단체와 연계해 저소득층 자녀, 장애아동, 군 장병 등에게 카누 무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만으론 갈증을 느낀 것일까. ‘카누 홍보 돌격대장’ 장박사는 또 사고칠 준비에 나섰다. 산만한 아이들에게 고요하고 집중하는 사고를 가르치는 카누재활치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성사되면 국내 최초가 아닐 듯 싶다. 또 지자체와 새로운 카누 관광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물레길은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앞으로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물 위의 행복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별별 노력이라도 다 할 겁니다.”카누에 전기전자 접목 새로운 꿈을 꾸다시내와 떨어져 산골마을에 사는 유유자적한 삶. 평화롭긴 해도 불편한 점이 없을까. “왜 없겠어요? 얼마 전까지 인터넷, 전화도 안 터졌는 걸요.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 커피 살 데도 없어요.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데 여기서는 마시는 것도 일이라면 일입니다. 하지만 즐거운 점이 더 많죠.”지상낙원이 따로 없단다. 이곳에선 이웃과 따뜻한 밥을 나눠 먹는 게 일상이다. 품앗이로 서로 도우며 정이 돈독해지니 다 같은 가족이다. 첫 번째 집 아빠가 등교를 맡아 차를 운전하면 하교 때 귀가하는 아이들을 데려 오는 것은 또 다른 집 엄마가 하는 식. 자녀 교육 면에서도 훨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단다. 자연학습이 저절로 되고 학과 수업 외에 무료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방과 후 활동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교육비가 따로 안 들어가 도시 보다 생활비가 1/3로 대폭 줄었다. 한 달 생활비가 50만원 밖에 안 든다는 얘기다.무엇보다 주말이면 소양강을 따라 카누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뱃놀이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서다. 여유로움, 어울림, 소박함이 깃든 산골생활에 장 박사는 그저 행복하고 감사할뿐이라고 한다.낮에는 카누에 미쳐 살고 밤에는 대학교에서 연구원 일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 강의도 한다. 연구를 언제든 그만 둘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대에 카누에 전기전자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연구해볼 생각이란다. “카누를 돈벌이로만 하면 불행할 거예요. 만드는 재미, 타는 즐거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최고의 행복 아이템이죠.” 만인의 행복을 위해 한국에 카누문화를 심는 것, 카누박사 장목순씨의 또 다른 꿈이자 도전이다.춘천 카누제작학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