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향상도 우수학교로 선정, '자기주도'의 학습환경이 비결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해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한 첫해 경쟁률 7.6대1, 올해 역시 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율형 공립고로 이름난 구현고(교장 이강호)의 학력향상 비결은 자기주도학습에 있다. 잘 가르치는 학교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얼마나 잘 배우도록 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자기주도'의 원칙은 공부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의 모든 부분에 적용된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벤치마킹한 '학생자치법정'이 대표적 사례다. 자치법정에서 검사로 활동하고 있는 1학년 백미경(17)학생은 "선생님이 판결하고 벌할 필요 없이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하고, 판단할 수 있어 오히려 문제를 바로잡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구현고에서는 한달에 한번 상벌점제 과벌점자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법정을 연다.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단으로 구성된 법정에서 결정된 사항은 학생들이 스스로 지켜나가면서 학교분위기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학생자치법정은 변호사, 검사, 판사, 배심원 등 기본적인 틀을 갖추고 매년 구성원들을 선발해 변호사 특강 등 특별한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백 양은 "상벌점제 20점 이상 과벌점자 중 유형별로 분류해 한 달에 한 번씩 법정을 연다"며 "지각한 학생은 30분 일찍 등교해 담당 교사들과 교통지도를 하도록 하고, 교사에게 반항해서 벌점을 받은 학생의 경우, 그 교사의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확인증을 받아서 제출하게 하는 등 긍정적 처벌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구현고에는 자치법정뿐만 아니라 담배, 폭력, 지각, 핸드폰, 졸음을 없애는 5無운동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져 학습 분위기 조성에 학생들이 스스로 동참하고 있다. 이강호 교장은 "일부 신입생들은 오전에 핸드폰을 수거해 오후에 정규수업이 끝나고 돌려주는 규칙에 반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부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자기주도학습환경을 밑바탕으로 방과후학교, 교과교실제 등을 통한 수준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담당교사가 상주하면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도덕 등 특정교과에 최적화된 거점교실을 운영하는 교과교실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방과후학교에서는 교과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위한 기초과목반, 우수학생을 위한 심화과정을 운영하는 등 수준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성적향상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이 교장은 "사람을 키우는 교육도 결국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면서 "자율형 공립고에서는 우수한 교사들을 많이 초빙할 수 있어 교사들의 노력과 열정도 높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매 학기 수업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탑재하거나 공개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업방법 개선을 위해 수업 동아리 '행복수업모임'을 꾸려 연구서도 발간했다. 또 대학생 멘토에게 일주일에 2번씩 학습지도를 받는 멘토링 제도도 운영하고 있어 사교육이 필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백미경 학생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 대신 공부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학교 안에서 해결한다"며 "선생님과 대학생 멘토 언니,오빠들의 도움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력 향상이라는 결과는 어떤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의 노력이 빚어낸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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