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 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댓글놀이가 유행한 적 있다. 정치ㆍ사회문제는 물론 연예인의 스캔들에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패배 소식에도 모두 '노무현 대통령 탓'이란 댓글이 달리는 식이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란 소설이 나올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동네북'이라고 부르며 자조했을까. 이 문구는 이명박(MB) 정부에서도 여전히 유용하다. 핑계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다. '노무현'서 'MB'로. 매사에 정치 탓을 하는 우리 사회의 관습화된 일종의 언어 습관인 셈이다.아니나 다를까. 이제 취임한 지 한 달이 갓 지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박원순 탓'이란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업계에선 박원순호 출범 한 달 만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이 7000억원이나 떨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시장 재ㆍ보궐 선거가 치러진 10월 마지막 주에서 11월19일까지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68% 떨어졌다. 특히 박 시장 취임 이후 강남구 재건축 집값은 한 달 새 1.49% 급락했다. 최근 집값 급락의 최대 악재는 강남 개포지구의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 보류였다. 강남 개포지구는 박 시장 취임 후 처음 상정된 강남 재건축 단지 정비계획안이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박원순 효과'에서 '박원순 탓'으로 확대되면서 재건축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하지만 분명히 짚어야 할 게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가 박 시장 당선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올 들어 서울 재건축 시장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초 상승세로 시작했던 재건축 아파트값은 3월부터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3∼10월 재건축 아파트값은 매달 전월대비 0.34∼0.99%씩 감소했다. 이 기간 집 값이 올랐던 적은 치솟는 전셋값으로 급매물이 반짝 거래된 8월(0.02%) 단 한 달에 그쳤다. 시점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잡으면 강남 재건축아파트 시장의 불황기는 더 길어진다. 재건축시장이 장기 침체국면을 맞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재건축 속도조절을 공약으로 내세운 박 시장이 당선되면서 투자심리가 더 위축되는 모양새다.부동산 시장이 심리에 좌우되는 영향이 크지만 무조건 탓하는 건 곤란하다. 자칫 엉뚱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먼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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