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야구도 방송도 결국 기회를 주면 모두가 잘할 수 있다”
<div class="blockquote">스포츠 채널에서 방영하는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여자 야구 아나운서들이 진행한다. 그들은 매일 4게임씩 열리는 경기를 보고, 경기장에 나가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모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방송을 끝낼 수 없다. 방송마다 1% 내외의 시청률에 해당하는 약 50만 명의 시청자들이 그들의 프로그램을 보고, 인터넷에는 그들에 대한 온갖 반응들이 이어진다. 이 모든 일들을 7개월 가까이 반복한 뒤에야, 그들은 잠시나마 쉴 시간을 얻는다. MBC SPORTS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진행하는 김민아 아나운서는 여자 야구 아나운서 중 유일하게 혼자 모든 게임을 보고, 모든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모든 방송을 진행했다. 함께 하던 송지선 아나운서가 세상을 떠난 뒤, 누구도 그녀의 일을 함께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듣고 싶었다. 그 모든 날, 무슨 일이 있어도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던 일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드디어 야구가 끝났다. 좀 쉬고 있나. 김민아: 딱 10월 31일에 끝나고, 11월 1일에 다시 출근을 했다. 사람들이 “왜 나왔냐”고 하더라. (웃음) 야구 시즌 동안 휴일근무한 걸 치면 2-30일이 휴가로 남아 있어서 11월 한 달간 휴가를 받았다. <H3>“나에게도 계절은 야구가 있는 계절과 없는 계절로 나눠진다 ”</H3>
올해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말 야구 때문에 생활이 바뀌었겠다. 김민아: 친구들을 못 만나고, 아침 10시에 일어나는 게 당연하고, 밤 2-3시에 자고. 그리고 야구 모르는 사람하고는 대화하기가 쉽지 않게 되고. 나는 어제 뭐 했는지 얘기할 때 야구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친한 친구들은 “야구 어제도 했어?” 이러는 게 3년째다. (웃음) 하지만 내가 그들을 탓 할 수는 없다.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나마 요즘엔 “민아는 못 나와. 오늘도 야구해”라고 한다. (웃음) 오늘도 야구는 계속 되니까.김민아: 그러니까. 늘 하는데. (웃음) 야구는 정말 인생하고 비슷하다. 3년을 야구선수와 똑같이 생활하니까 나부터 “여름이라 너무 힘들다” 이러고, 9월 말이 되면 “어떻게든 본전을 찾아야 되는데” (웃음) 하면서 눈이 다시 뜨이고. 지금은 4월이 기다려지고. 나에게도 계절은 야구가 있는 계절과 없는 계절로 나눠진다. 야구 프로그램을 3년 하면서 달라진 게 있나. 김민아: 작년, 재작년은 많이 끌고 가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내가 끌고 갔다. PD는 계속 바뀌고 작가도 바뀌는데 진행자는 안 바뀌고, 내가 많은 걸 설명해야할 부분이 생기고. 단지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이 팀을 화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겠구나 싶고.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올해 경기와 경기 사이 대화가 더 늘어났더라. 경기 분석이 더 부각됐고. 김민아: 맞다. 그래서 해설위원들도 자신의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내려고 계속 연구한다. 해설위원들은 방송인이시지만 연예인처럼 끼가 있는 건 아니어서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기를 같이 보면서 해설위원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굉장히 재밌는데, 그 이야기를 살리고 싶어서 계속 말을 건다. 진행 자체만 보면 감을 잡았던 시기인 것 같다. 2010년만 해도 오후 3시부터 앉아서 데이터 뽑고, 뭐하고 뭐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정말 몸만 풀고 해도 3할을 칠 수 있을 거 같고. (웃음) 처음에는 야구를 배우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계속 야구 중계를 들었던 걸로 안다. 김민아: 집에 가면 인터넷 중계를 틀어놓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계속 들었다. 해설위원이 “이 선수는 주자가 있을 때 몇할 몇푼 몇리를 칩니다”라고 하면 “아 그럼 득점권 타율이 좋겠구나. 그럼 이런 질문을 해봐야지”하는 식으로. 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배님이 앉혀놓고 질문지를 뽑아주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지난 2009년 보내고 2010년에 지선 언니와 함께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그래도 “(김)석류가 낫다”는 말을 듣고. (웃음) 방송이 끝날 때마다 야구 프로그램 아나운서에 대한 글이 계속 올라가니까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겠다. 김민아: 2007년에 나와 김석류 씨, 송지선 언니가 비슷하게 입사했고, 석류 씨와 지선 언니가 2008년에 야구 프로그램을 먼저 했다. 사실 그 때는 “저 정도는 나도 다 해. 나는 지금 유럽 축구 다 보고 있어” (웃음) 이랬다. 그런데 2009년부터 정면승부를 하니까 외모, 진행, 질문까지 모두 비교 당하더라. 2009년을 정말 혹독하게 치루면서 비교 당했던 게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그래서 정말 야구를 많이 봤다. 나는 야구를 잘 몰라서 하루에 10시간, 20시간을 투자 해야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하다 2011년이 됐는데 이제는 뉴 페이스들이 들어오고, 나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면서 야구를 보는 눈이 생겼을텐데, 당신에게 야구는 어떤 스포츠인가. 김민아: 결국 기회를 주면 모두가 잘할 수 있다는 것. 프로야구선수들은 다들 아마추어를 평정했던 사람들이고, 계속 기회를 주면 일정한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기회를 꾸준히 잡으면 본인의 마지막 성적표가 얼추 자신의 전체 성적표가 될 수 있는 게 야구 같다. 방송도 그렇다. 하루 잘못한다고 인생이 무너지는 게 아니고, 하루 잘 한다고 모두가 내 방송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중간치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리고 1등하는 팀의 선수만 행복한 게 아니다. 못하는 팀 선수들도 쏠쏠하게 자기 몫을 챙기곤 한다. 그런 선수들이 이제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 더 재밌는 것 같다. <H3>“선수들 눈에 풋내기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H3>
야구서적 < TALK TALK 야구 >에서 막 야구를 맡았던 시절 오랜만에 활약한 선수를 인터뷰했는데 제대로 인터뷰를 못했고, 그 후 그 선수가 방출되면서 다시 인터뷰를 못 한 게 마음에 남는다고 썼다. 야구의 중심에 사람을 놓고 보는 것 같다. 김민아: 친구들 만나도 오지랖이 넓다. (웃음) 그 친구의 일생을 쫙 꿰서 친구들끼리 만나면 서로 어떤 친구인지 설명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선수들도 안다. “얘 준비 안하고 왔구나”, “이 여자가 어느 정도 알고 왔구나” 하는 거. 나는 간파당하고 싶지 않은 게 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성장하게 된 것 같다. 간파당하는 걸 신경 쓰는 건 스포츠 관련 여자 아나운서가 여전히 관계자나 팬들에게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인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활동 초에 송지선 아나운서와 함께 그라운드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다거나 하는 원칙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김민아: 사실 나는 다리가 예쁘지 않아서 미니스커트를 안 입는 것도 있다. (웃음) 화면과 실제가 좀 다르다. 전에 한 선수와 대화를 하다 내가 한 리포터를 보면서 “저 빨간 원피스 입은 여자 보이죠. 무슨 생각이 들어요?” 이랬더니 “초짜다”라고 하더라. 꾸미는 건 상관 없지만, 그들 눈에 풋내기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나 자신에게 마이너스니까. 그렇다고 후배들이 미니스커트를 입는 걸 “쟤는 정말 사명의식이 없어” 하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여자 아나운서는 방송이 끝날 때마다 진행능력에 대한 말을 듣고,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따지고, 야구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도 평가 받기도 한다. 피곤할 것 같기도 하다.김민아: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진행하면 야구팬들이 안 좋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난 비교 당하는 일을 기꺼이 선택한 거고, 기꺼이 짧은 치마를 입었다. 내가 한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기꺼이 짙은 화장을 하기로 선택했으니까, 이슈가 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즐기는 것 뿐이다. 왜 이중잣대를 들이대냐, 내가 너보다 많이 안다고 따지기 싫다. 내가 프로그램에서 입는 의상이 싫지도 않고. 반대로 평소에는 그런 옷을 입지 않고. 뮤지컬 배우가 무대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듯 일상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런 일들에 대해 이용당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 같다. 울고 마음 상하면 내가 지는 거다. 내가 이용하면 되지.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 아나운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이슈의 대상이 된다. 남성 해설위원들은 독설을 해도 개성이 되지만, 여성 아나운서는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고. 김민아: 선수나 관계자들과 친하니까 호불호를 표현하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이 선수에 대해 뭐라고 했는데, 당장 내일 만나게 되니까.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만한 표현을 만들어 내려고 애쓴다. 유능한 진행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프로그램도 인생처럼 북돋아주고 도닥여주면서 가야지 날선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해서 “너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또 뭐하나. 그런데 임태훈 선수와 송지선 아나운서의 일과 관련해서 “프로야구선수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 멘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었는데. 김민아: 그 때는 정말 불쑥 튀어 나왔다. 정말 많이 생각했었다. 나는 원래 그런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인데,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했다. 혼자 굉장히 많이 생각을 했다. 임태훈 선수가 나와도 되는 걸까. 그래서 일부러 반문을 했다. 나도 정말 알 수 없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야구선수는 야구만 잘하면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학생은 공부만 잘 하면 되고, 방송인은 방송만 잘하면 되는 것처럼. 우리가 또 다른 삶에 대해서 뭐라고 할 오지랖은 없으니까. 그 얘기에 대해서는 나도 참 꺼내긴 어렵다. 나도 3자라 사실 뭘 하면 안 되고. 무조건 임태훈 선수만 잘못했다고 하기도 어렵고. 지선 언니가 마지막에 나하고 통화할 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오늘 태훈이 잘 던졌어?”였다.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하거나 나서면 안 된다. 그렇게 수많은 노력을 하고, 일에 대해 생각하고, 멘트에도 자신의 고민을 담지만 한국에서 여자 아나운서는 분명히 나이의 영향을 받는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민아: 지금도 9시 뉴스는 나이 든 남자 앵커와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문제점도 지적하지만 결국 캐스팅은 또 젊은 여자가 된다. 우리도 그렇겠지. “민아 후임을 누굴 키워야 하나?”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사실 나는 올해 완투 능력을 보여줬는데, 뭘 더 보여줘야 하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웃음)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다. 회사는 그런 입장인 거니까. 이 사람이 다 된 거 같으면 새 사람을 쓰고. 그러면 받아들이고, 그게 맞는 거라면 그냥 “맞습니다”하고 내 할일 하고 싶다. 일하는 환경은 터프한데,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다. 김민아: 맞다. “니가 서른다섯이나 서른여섯이 되도 너만의 아우라를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게 선배들의 바람이다. 내가 그만큼 내 인생을 투자해서 그들이 바라는 길을 따라갈지, 그 나이가 되도 여기가 사랑스러운 곳일지는 내년 지나면 한번 더 고민이 찾아올 것 같고. 지금은 사랑스럽고? 김민아: 지금은 재밌다. 뭐, 건장한 남자들 보고 사는데. (웃음) 내가 선수들 이야기를 하는 걸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들어주는 것도 좋고. 다만 누가 나에게 “야구 캐스터를 해라”라고도 하는데, 나는 대놓고 “메이저리그에도 여자 캐스터가 없는데, 왜 제가 해요?”라고 반문한다. 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굳이 내가 힘든 길을 걷고 실패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 같이 일하는 선배님들은 나에게 “우리 민아”라는 말을 해주신다. 누군가 나에 대해 부정적이면 그 때마다 “아니다. 민아 키워봐라”라고 주장해주셨고. 그렇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자체가 좋다. <H3>“늘 이모작을 꿈꾼다”</H3>
그런데 사람들은 당신이 당연히 계속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김민아: 나는 회사에 속한 사람이라, 나에 대한 조직의 생각이 바뀌면 내 색깔도 바뀔 수밖에 없다. 회사를 나가지 않는 이상, 나는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은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계속 맡고 싶겠지만 나만 늘 기회를 얻을 수는 없을 거다. 그러면 좀 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겠지. 야구보다 방송 일 자체에 집중하는 건가. 올해는 MBC LIFE <서바이벌, 천재적인 생활> 진행이나 영화 <퍼펙트 게임> 제작보고회 사회를 맡기도 했다. 김민아: 그렇다. 얼마 전에 완전히 다른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의가 왔는데, 그 쪽에서는 “네가 여기서 잘 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섭외를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들 입장에서는 나를 방송인으로 인정해주려는 것 같고, 스포츠 아나운서로는 이미 베테랑으로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요즘은 야구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도 야구선수를 아는 경우가 많아서 내 직업도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 <서바이벌, 천재적인 생활>은 VJ들이 출연자들을 계속 따라붙는 방식으로 촬영했는데, 나는 그들처럼 24시간 내내 일하지는 않았지만 리얼리티 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돼서 좋았다. 그런데 원래 전국체전 3위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고, 다시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고, 레게머리를 하고 면접을 봐서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유럽 축구 경기 중계를 하다 야구를 맡았다. 10대부터 끊임없이 하는 분야가 달라졌는데, 고단하지는 않나. 김민아: 내가 능력이 있었다면 아무것도 안 했을 거다. (웃음) 사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부만 잘 했으면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을 거고, 영어나 일본어도 독학해서 너무 잘하고. 그런데 해 보니까 안 되더라. 그래서 살짝 옆 걸음을 걸어서 가는 방법으로 사는 것 같다. 지금도 꿈꾸는 건 많은 데 능력이 안 돼서 한 번에 할 수는 없다. (웃음) 그래서 정말 조금씩 한다. 그러면 다음에 내가 목표를 정할 때,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더라.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를 좌우명으로 삼은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나. 김민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실 내가 스케이트를 잘 탔다면, 스케이트만 했겠지. 그런데 너무 어려웠다. 김연아 선수는 내가 7년한 걸 2-3개월만에 배우는데 (웃음) “그래 내가 잘 탔으면 이러고 있겠어”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그 때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게 아니어서 두 가지를 계속 저울질 했다. 엄마는 “반에서 몇 등 안에 들면 다음 달 레슨비 내 줄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고. (웃음) 나도 김연아 선수처럼 노력했으면 될까하는 상상도 해보지만, 나는 그만큼 노력은 안하면서 꾀만 많고 (웃음) 그런데 그 이력들이 아나운서 합격하는데 도움이 됐고. 어느 한 부분에 100%를 다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 직장인들처럼 한 가지 일을 쭉 하는 것도 아니다. 일을 계속 찾아나가야 하는 건데, 불안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겠다. (웃음)김민아: 그래서 레이더로 보고만 있다. (웃음) 직접 가지는 않는다. 다른 분야는 가지는 않지만, 멀리서 보면서 약간 겸업할 수 있게끔 늘 관심을 둔다. 늘 이모작을 꿈꾼다. (웃음) 지금 손에 쥔 걸 놓칠까봐 아쉬워하면 남에게도 보인다. 딱 뒤돌아서면, 안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면접을 볼 때는 레게머리를 하면서까지 자신을 어필했다. (웃음) 김민아: 그 때는 묘한 자신감 같은 게 있었다. 다른 곳에서 떨어졌을 때는 “내가 부족하니까 떨어졌구나”하면서 스스로를 탓했는데, 지금 직장은 나랑 꼭 맞을 거 같았고, 떨어지면 너무 억울할 거 같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스포츠가 너무 좋은데 열정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튀어보자고 그렇게 했는데, 다 단발머리하고 온 와중에 그런 모습이니까 “쟤 누구야?”하고 관심을 갖다 선수출신이라는 걸 알고 좋게 봐주시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이십대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시간을 일에 쏟아부었다. 어떤 의미인 것 같나. 김민아: 많은 분들이 힘들지 않냐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내 친구들은 다 나처럼 일한다. 직업은 다양한데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다 나만큼 힘들게 일한다. 남들도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물여덟, 스물아홉에 나처럼 일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니면 결혼을 하거나. 결혼하기 좋은 나이는 일하기 좋은 나이니까. 당신의 이십대는 어땠던 것 같나. 김민아: 음... 어땠을까? 이십대는 다 배우는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 이 자리도 배우는 것 같고, 매일의 방송에서도 배운다. 그래서 감사하다. 대단한 성공을 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겠어 하는 마음도 있고. 다만 지선 언니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삶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난 한 번도 내 상상 밖이나 예상 밖으로 살아 본적이 없다. 못해도 준치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 닥쳐왔으니까. 그런 것들이 조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하고, 누군가가 내는 울림이 있으면 그 울림이 정말 많이 힘들어서 내는 소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꼭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꼭 도와 줬어야 되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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