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 기옌 감독이 플로리다 말린스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기자회견에서 오른팔을 번쩍 들어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이애미는 대표적인 휴양 도시다. 지금도 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등 겨울 바다에서 수영해도 좋을 만큼 뜨겁다. 이 때문에 은퇴한 고령자들은 물론 젊은 남녀들이 마이애미를 찾는다. 끝없이 펼쳐진 비치에는 벌거벗은 이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마이애미는 놀거리도 풍부하다. 각종 행사 및 클럽이 즐비하다. 나이 불문하고 놀거리에 취해있는 모습이 흔하다. 더구나 마이애미는 낙천적인 성격의 중남미 출신 이민자 및 관광객이 많아 밤문화가 상당히 발달돼 있다.마이애미는 스포츠 도시이기도 하다. 뉴욕, 시카고, 휴스턴 등 미국 대도시처럼 4대 프로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다. 플로리다 말린스(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돌핀스(프로미식축구), 마이애미 히트(NBA), 플로리다 팬서스(북미아이스하키리그)가 마이애미를 대표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의 스포츠 사랑은 타 도시와는 다르게 뜨겁지 않다. 놀거리가 너무 풍부한 바람에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월드시리즈, 슈퍼볼, NBA 파이널스, 스탠리컵 결승 등 타이틀전이 아니면 관중석은 텅하니 비어있다.특히 마이애미 프로 팀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편인 플로리다 말린스의 경우 창단해인 1993년과 1994년을 제외하곤 홈구장인 선 라이프 스타디움(약 3만6000여석 수용)의 평균 관중은 매년 2만명을 넘기기 어렵다. 90년대 이후 창단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 2회를 자랑하지만 최근 5년 동안에는 평균 1만7000여명의 관중만이 구장을 찾는데 그쳤다.(선라이프 스타디움은 원래 미식축구용으로 지어진 구장이라 야구장으로 변신하면 상단 관중석을 사용하지 않아 1만7000여명이 경기를 지켜본다 해도 텅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짠물 경영에다가 열심히 길러 스타가 된 선수를 트레이드시키는 팀 사정도 문제지만 신흥 명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마이애미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에 플로리다 말린스는 어쩌다 한 번 일을 내는 도깨비 구단으로만 유명해지고 말았다.마이애미의 문화와 시민들의 의식이 갑작스럽게 바뀌기란 쉽지 않는데 최근 마이애미에선 플로리다 말린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오프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쯤이면 미식축구에 대한 관심이 그나마 있어야 하지만 최근 마이애미 돌핀스가 정규시즌 내내 죽을 쑤고 있어 새롭게 탄생할 말린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현재 플로리다 말린스는 새 감독과 새 구장으로 내년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올시즌 폐막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사령탑에서 물러난 아지 기옌이 말린스의 새 감독으로 영입됐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전직 빅리거 이고 지난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우승을 88년 만에 이끈 전력으로 마이애미 시민들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중남미 선수가 즐비한 팀 선수단과 호흡을 잘 맞출 거라는 기대감에다 워낙 직설적이고 농담도 잘 하는 캐릭터 때문에 오히려 팀 분위기가 훨씬 밝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지난 2003년 팀의 2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때 코치를 역임했던 터라 호감도가 크다. 마이애미에 거주하며 말린스의 시즌 티켓을 창단 때부터 구매한 60대 나이의 루이스 드러스 변호사는 "젊은 선수단인 말린스와 분위기를 잘 맞출 기옌 감독이 부임해 내년 시즌이 설렌다. 그동안은 말린스가 신바람나는 야구를 하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재미있어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플로리다 말린스의 내년 시즌 또 다른 비장의 무기는 개폐식 돔구장의 개장이다. 메이저리그에서 6번째 개폐식 돔구장이 될 말린스 볼파크는 그동안 찜통 더위에서도 옥외 구장을 찾아야 했던 마이애미 시민들에게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플로리다 말린스로선 그동안 줄기차게 새 구장 건립을 요구하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관중 편의 우선의 개폐식 돔구장을 갖게 되어 관중수 증가를 학수 고대하고 있다.플로리다 말린스가 르브론 제임스를 영입하고도 지난 시즌 NBA 우승 달성에 실패하는 바람에 마이애미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마이애미 히트를 대신해 내년 시즌 밤문화 못지 않게 재밌는 야구를 펼칠 지 두고 볼 일이다.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대중문화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