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기자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뚫린 구멍. 2007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 임무 수행 중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라디에이터 패널에 직경 5.5mm가량의 구멍이 났다. (자료 NASA)
우주쓰레기는 정상적 우주 활동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우주쓰레기의 속도는 초속 10km로 총알보다 10배나 빠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과 충돌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우주쓰레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고장을 일으킨 사례는 오래 전부터 다수 지적돼왔다. 대표적인 것이 1980년 발사됐던 관측위성 '솔라맥스'다. 발사 몇달 후 신호가 끊긴 솔라맥스를 조사해 보니 기기판에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우주쓰레기가 총알처럼 위성을 관통한 것. 1983년 발사됐던 챌린저호는 궤도 진입 후 0.3mm짜리 페인트 조각과 '충돌'해 유리창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다. 구형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페인트 조각의 충돌 당시 속도는 초속 4km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03년 지구로 귀환 도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의 폭발 원인 중 하나로 우주쓰레기가 꼽히기도 한다. 올해 6월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쓰레기 충돌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우주인 6명이 탈출 준비를 서두르는 소동이 벌어졌다. 원래 ISS는 우주쓰레기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사나흘 전 미리 위치를 바꾸지만 이번에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비상대피명령이 떨어진 것만 두 번째다. 우주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약 40년전부터 예견돼왔다. 나사 연구자인 도널드 케슬러는 1978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주 쓰레기나 위성들이 서로 충돌해 더 많은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연쇄충돌로 이어지며 지구 궤도가 쓰레기로 덮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케슬러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아직까지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주쓰레기를 줄여 나가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세계 각국이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우주쓰레기 청소를 위한 묘안은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나사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우주쓰레기 제거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나사는 향후 매년 최소 3~5개의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해야 케슬러 신드롬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초 나사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 우주쓰레기 청소 방안은 레이저포다. 지상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파편을 인공위성 궤도에서 이탈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설비에만 80만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낮은 고도에 있는 파편만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물을 장착한 무인 우주선을 띄워 쓰레기를 낚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타'가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중인 프로젝트다. 2013년 실험비행을 목표로 하는 이 우주선은 두 대가 그물을 펼치고 우주쓰레기에 접근, 포획한 후 처리장까지 옮긴다. 러시아에서도 우주선을 타고 청소에 나서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로켓 업체 '에네르기야'는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하고 인공위성 수리까지 수행하는 유인우주선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