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권력행사의 견제장치 절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정부는 획득 및 방산정책을 통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집행할 수 있는 힘, 소위 권력(power)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국내 방산업체의 능력과 여건을 판단해 국외 직구매를 할 것인지, 아니면 국내 연구개발을 할 것인지와 같은 획득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둘째, 국내·외 방산업체와 직접적인 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경쟁입찰방식을 통해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셋째, 구매하는 업체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원가가산방식(Cost-Plus: 원가에 일정한 이익을 가산하여 제품의 가격을 정하고 맺는 매매계약), 고정가격방식(Fixed-Price: 고정된 가격으로 판매), 목표가격방식(Target-Cost: 시장상황으로부터 원가를 도출하는 방식)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넷째, 획득 및 조달시기를 선택함으로써 무기체계의 생산주기를 결정할 수 있다. 초기 설계단계, 개발단계, 시제단계, 양산직전 단계의 어느 단계에서 구매를 결정하는가에 따라 비용과 개발위험성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다섯째, 사업과 계약자를 선택하는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다. 군사적 관점에서 무기체계의 비용, 성능, 전력화시기를 고려하고, 또한 경제적, 산업적 고려(일자리, 기술력, 수출 등)를 통해 사업의 지속여부와 계약자를 선택하게 된다.이런 다섯 가지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자는 참으로 다양하다. 미국식의 군산복합체 이론에 따르면, 직업군인, 방위산업 소유주 또는 경영주, 정부 고위관리 및 군 장성, 그리고 국회의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이론의 기본가정은 앞의 네 행위자가 정책결정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일한 요인이고, 다른 요인들은 그리 지배적이지 못한 부수적인 요인들로 보는 것이다. 또한 군산복합체는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국방비를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도록 노력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군비경쟁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그런데 방위산업의 국제적 위계질서에서 볼 때 한국을 비롯한 중위층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방산국가들의 경우에는 이런 미국식의 군산복합체는 형성되지 않았지만, 방위산업에 참여하는 행위자는 그에 못지 않게 많다. 일례로 한국의 경우,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회, 방위사업청, 합참, 사용군(육·해·공군), 연구기관(예: ADD), 방산업체, 무기수입상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행위자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획득 및 방산 정책결정과정도 행위자의 이익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관료정치모델에 따르면, 정책결정과정에서 각 부처(서)를 대표하는 관리는 어떤 문제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결정이 그 부처(서)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늘 고려하기 때문에, 정책결정과정은 이런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부처(서)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료정치 모델로는 우리나라의 획득 및 방산정책 결정과정을 둘러싸고 파생되는 많은 문제들(예: 권력남용)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결정의 대부분이 방위사업청이라는 강력한 기관에 의해, 부처(서)들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과정이 없이, 거의 독단적으로 이루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말이다. 특히 ‘사업과 계약자를 선택하는 정치적 결정’의 경우, 방위사업청의 사업관리본부는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자다. 방위사업청 창설 6년여가 흘러간 지금 방위사업청 창설초기 소요군을 위해 봉사한다는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로서의 핵심가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소요군 조차 굽실거려야만 획득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업수행 시 소요군과 의사소통은 물론 협업체제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창설초기보다 지금이 더한 상태다. 상황이 이럴 진데, 을의 위치에 있는 방산업체는 오죽하겠는가. 지금 방산업체들은 방위사업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방위사업법』이나 『방위사업관리규정』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업추진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혹은 특정 정책결정자가 선택의 우선순위를 변경시키기 위해 비합법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앞으로의 사업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이의를 제기했다간 괘씸죄에 걸려 미래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K-계열 무기체계 사고 시, 모든 책임을 방산업체로 미루는 행위, 또 평가위원들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정된 업체를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바꾸려는 다양한 시도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특정 권력이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상태에 남겨질 경우, 획득 및 방산정책의 진정한 목표달성(군사력 증강, 첨단기술 획득, 그리고 예산절약)이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독단적이고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가진 개인, 혹은 집단은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하에 합리적 결정 자체를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은 정책결정이나 선택행위 자체를 그들 개인, 혹은 집단의 정치적 도구로 공공연하게 이용하는 데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합리성의 원칙에 따르기 보다는 ‘자신들이 곧 법’이라는 자만심으로 그런 원칙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들에 의한 정치과정의 산물로서의 정책결정, 혹은 정치적 선택은 말 그대로 정치적으로는 성공할는지 모르겠지만, 획득 및 방산정책이 표방하는 목표달성은 이룩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군사적 대비태세의 취약점 및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인식, 방위사업청의 획득 및 방산정책 수립 및 집행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권력남용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장치가 최우선적으로 마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구축되어야만 획득 및 방산을 둘러싼 투명성(transparency), 효율성(efficiency),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정책적 적실성이 높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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