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전자금융시대 그 편리함의 대가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상상을 해보자. 만약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지갑에 신용카드가 없다면.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주식거래를 할 수 없다면. 전국 어디에서나 24시간 돈을 찾을 수 있는 현금인출기가 없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우리는 밀레니엄 이전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전자 금융의 시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버스를 타도 티머니만 대면 요금이 쑥쑥 빠져나간다. 택시를 타도 의례 카드를 내민다. 교묘하게 오려낸 회수권을 놓고 버스 차장과 실랑이를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를 떠올리게 된다. 변화는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네살배기 아들은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 갈 때 아빠가 당연히 카드를 내는 줄 안다. 할아버지가 용돈으로 주시는 지폐를 오히려 낯설어한다. 동전은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돼지저금통에 넣어야 하는 것인줄로만 안다. 이 아이가 커서 현금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급속한 '탈 오프라인'화와 전자화 시대를 이뤄냈다. 금융분야의 변화는 더욱 거셌다.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 만큼 현금이 없어도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곳은 찾기 힘들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급속히 보급되며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편리함만을 전해주는 것일까. 편리함은 그에 따른 비용을 요구하기 마련이다.정부가 경기를 활성화하고 세원을 확보한다며 정책적으로 지원한 신용카드는 '현금'에는 없던 수수료를 사업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심지어 전자 금융 보안을 위해 도입된 공인인증서, OTP 등도 제대로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티머니나 하이패스도 충분한 현금을 미리 내놓아야 한다.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처리 시간이 신속해 질수록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그 임계점이 어디냐는 것이다. 이용자가 많아지고 절대 수익이 많아진다면, 경쟁이 치열해 진다면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부담해야할 비용부담이 낮아져야 한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경쟁논리다. 그런데 이런 시장논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다. 경쟁으로 수수료가 내려간 것은 온라인 증권 거래 수수료 외에는 찾기 어렵다. 금융권의 수수료 문제는 갈수록 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지폐만 사용될때는 한국은행이 발권 비용을 부담하면 죄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금융당국 수장의 엄포성 경고가 아닌 10년, 100년의 변화를 내다보는 정책당국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편리함과 안정성을 담보하면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묘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다.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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