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가죽과 실크… 詩가 되다

<하트 앤 크래프트(Hearts and Crafts>, 장인에게 바치는 영화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하트 앤 크래프트]는 부산 국제 영화제 기간 중 상영됐다.

에르메스 제품이 탄생하는 공방. 이 곳에 놓여진 가죽과 실크, 금속 조각은 장인을 만나면서 생명을 얻게 된다. 에르메스 포장 상자에 담겨지는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주인공인 영화 <하트 앤 크래프트(Hearts and Crafts>.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전한다. 영화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중요함에 진지한 시선이 모아지는 때. 부산 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여배우 ‘노출 드레스’는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화제 작품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될만큼 영화에 대한 관심은 영화제 기간 내내 부산을 뜨겁게 달구었다. 영화제 기간 중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 가운데 하나는 <하트 앤 크래프트(Hearts and Crafts>다. 유명 스타가 출연하거나 충격적 주제를 담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왜? 이 영화는 ‘에르메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때로 침묵은 커다란 외침보다 강렬한 울림이 된다. 이마에 새겨진 깊은 주름이나 뭉툭해진 손끝은 어떤 동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죽을 바느질하는 손끝, 불 속에서 꺼낸 유리를 모양내는 입김, 색을 찾는 치밀한 시선에 빠져들자 에르메스의 제품 하나하나가 생명체였음을 깨닫게 된다. 에르메스는 해마다 특별한 주제로 브랜드 컨셉트를 계승한다. 2011년의 주제는 “1837년 이후, 이 시대의 장인(Contemporary artisan since 1837)”이다. <하트 앤 크래프트>는 에르메스에서 일해 온 수많은 장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영화는 프레데릭 라퐁(Frederic Laffont)과 이자벨 뒤퓌-샤바나(Isabelle Dupuy-Chavanat)가 연출을 맡았다. 러닝타임 45분. 분명 칼라 영화인데도 흑백 영화에서 색감이 풍겨나오는 듯 오묘한 영상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감독은 파리에서 아르덴, 리요네에서 로렌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각지에 있는 에르메스 공방을 찾아 다니며 마구 제작, 가죽 세공, 크리스탈 및 유리 세공, 보석 세공, 스카프 제작 등의 노하우를 간직한 장인들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감독은 가죽과 크리스탈의 소리, 실크와 금속의 노래, 장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침묵까지도 모두 영상으로 포착했다. 장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것을 보면서, 관객은 핸드백이나 보석 장신구를 제작하는 장인들의 정성, 자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장인들은 어떠한 요령도 없이 한 단계씩 차근차근, 꼼꼼하게 그리고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오직 최고만을 추구하며 작업하고 있었다.
“내가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직업이 우리를 선택한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완성한 제품을 누군가가 갖는 다는 것, 내가 만든 제품이 내 방이 아닌 전세계 어딘가에 놓여진다는 얘기다.” 장인의 얘기를 듣노라면 사람이 에르메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에르메스 제품이 주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6대째 에르메스 공방에서 일하는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형제와 사촌들. 그들의 얼굴은 열정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기계는 장인의 손길을 절대로 흉내내지 못한다. 할아버지의 재산은 사라져도 손재주는 남는 것이다.”
영화 감상 후 에르메스 고객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표정 봤어요? 정말 고집스럽더라구요. 그렇게 한 달 동안 꼬박 하나의 가방을 만들고, 그렇게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 브랜드가 세상에 얼마나 되겠어요?" 에르메스가 최고의 브랜드가 된 힘, 장인 정신이었음을 영화는 다시 증명했다. 장인은 ‘손으로 일하고 마음을 바치는 사람’이다. 열정과 애착. 2천 시간을 제품 하나에 몰두하는 것. 공방에서 만난 장인들의 낮은 목소리는 현자의 위로처럼 다정하다. 속도가 인정받는 세상에서 한걸음 물러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다. <하트 앤 크래프트(Hearts and Crafts)>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10월 13일에 일반 대중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박지선 기자 sun072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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