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24시' 하루 6번 회의…그래도 답 없어 답답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유로존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에 짙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성장과 물가, 복지와 재정건전성, 환율과 수출 등 엇갈리는 현안 과제들을 바라보는 정부 당국자의 눈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유로존 경제위기 전이 가능성, 국제금융시장 혼란, 환율 급변동 등 대내외적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 당국자의 고민이 깊어가는 이유다.'경제 컨트롤타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한중 경제장관회의 만찬사에서 언급한 '삼국지의 교훈'은 이같은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 장관은 중국 고전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을 인용하면서 국내외 경제를 진단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각종 현안이 생길 때마다 특유의 비유화법으로 문제의 정곡을 찔렀던 감각이 그대로 드러난다.박 장관은 돼지고기를 팔던 장비를 빗대 물가안정을 이야기했고, 홀어머니를 모시던 유비를 들며 복지와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또 성장, 복지,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말했다. 이어 지조·절개의 상징인 관우에게서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성장동력을 봤고, 지성의 표상인 제갈량을 이야기하며 국제공조와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세제개편과 내년도 예산안, 거시정책 운영방향에서 드러난 정부의 고민이 함축돼 있다.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민관합동 경제금융 점검 간담회'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관 경제 연구기관 전문과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오전부터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전날 밤늦게 KBS '뉴스라인'에 출연해 "경제 위기 도래시 성장률 등을 재측정해 예산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다. 박 장관은 경제부처의 장관급 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10개월 만에 부활시키면서도, 불안심리 확산에 주력했다. "정부는 글로벌 재정위기 파장에 대비해 3차 방어선까지 든든히 마련하고 있다. 최정예 부대가 지키고 있다"면서 금융시장의 급변동을 차단하려 했다.이어 '재정위험관리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복지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복지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보다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복지와 재정건전성의 유기적 결합을 강조했다. 정치권의 무리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유사시 대비한 재정여력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위기에 대비한 '곳간 지킴이'의 역할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켰다.박 장관은 이날 오후에는 '민관합동 경제·금융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1997년과 2008년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와 민간의 리스크 관리와 위기 대응능력이 크게 높아졌다. 다가올 어려움은 대처 가능하다"면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쓸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또 민간 전문가들에게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밤늦게까지 한중 경제장관회의 만찬이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거의 24시간을 풀로 쓴 셈이다.재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외부 일정 외에 박 장관이 이날 소화한 일정만 모두 6개"라면서 "여의도(당)와 광화문(청)과의 조율도 해야 하고 모든 경제 현안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박 장관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김진우 기자 bongo7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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