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이 2011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모자를 벗어 팬들의 응원에 화답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부임 첫 해 차지한 정규시즌 우승. 수장은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다가올 앞날을 더 고민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7일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최형우의 2타점 2루타와 강봉규의 3타점 2루타에 힘입어 두산을 5-3으로 누르고 5년 만에 정규시즌 정상에 올라섰다. 단일리그가 시행된 1989년 뒤로 쌓은 다섯 번째 금자탑.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덩달아 높아졌다. 2002년 뒤로 우승트로피는 모두 정규시즌 우승 구단에게 돌아갔다.우승의 의미는 류 감독에게도 남다르다. 단일리그로 전환된 뒤로 선동열 감독(2005년)에 이어 두 번째로 부임 첫 해 선수단을 정상으로 이끈 사령탑이 됐다. 초보 딱지를 무색하게 만든 비결로 그는 지난해까지 선수들을 이끈 수장들을 떠올렸다. 류 감독은 “김응룡, 선동열 등 많은 감독들을 모시며 감독이 되었을 때 어떻게 팀을 운영할 지 많이 생각했다. 당시의 고민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승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푸른 유니폼을 입고 선수, 코치, 감독의 계단을 차례로 밟았다. 올해로 24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그 덕에 선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류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많은 생활을 해온 것이 우승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 류 감독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우승을 위해 당돌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언급한 무대는 한국시리즈였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2011 정규시즌 우승을 앞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령탑이던 선동열 감독은 이내 용퇴를 선언하고 류 감독에게 바통을 넘겼다. 사실상 구단의 ‘팀 색깔 맞추기’에 따른 퇴단. 이는 류 감독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연결됐다. 초보감독이지만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내다보게 만들었다. 이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고도 함박웃음을 보이지 않은 이유다. 이날 경기 뒤 류 감독은 “기분은 좋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라는 고비가 남았다”며 “준비를 잘해서 우승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긴장을 풀지 않겠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고민은 경기 전에도 있었다. 더그아웃을 찾은 취재진에게 ‘어떤 구단이 올라올 것 같아’라는 질문을 거듭 던졌다. 디펜딩챔피언 SK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지난해 졌으니 그럼 복수전이 되겠네”라며 맞장구를 쳤다. 롯데와 KIA에 대해서는 각각 “장효조와 최동원의 추모 시리즈가 돼 여느 때보다 큰 의미를 갖겠다”, “영호남의 라이벌전이 되겠네”라는 의견들을 내놓았다.류 감독은 결코 방심할 수 없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화끈한 야구’로 올드 팬들을 야구장으로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다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삼성은 28일 현재 591점으로 득점 3위를 달린다. 1위 롯데(676점)와 2위 KIA(610점)보다 각각 85점과 19점 적다. 두 구단보다 4경기를 덜 치렀다고 해도 우위를 보인다고 할 수 없다. 저조한 팀 타율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은 2할6푼3리로 6위에 그친다. 1위 롯데의 2할8푼5리보다 2푼 이상 떨어진다. 한국시리즈는 투수진을 총출동시키는 무대다. 수치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2011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걸려온 축하전화를 받고 있다.
불안요소는 하나 더 있다. KIA를 제외한 포스트시즌 진출 팀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삼성은 올 시즌 SK, KIA를 상대로 각각 9승 6패와 12승 7패를 거뒀다. 롯데와 맞대결에서는 9승 9패 1무로 우위를 가리지 못했다. 평균자책점 1위(3.37)의 마운드를 자랑하지만 어느 구단을 만나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발걸음의 무게는 달라질 수 있다. 류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날 경기 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다고 해서 상대를 봐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갑용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배)영섭이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 준비할 것이 많아졌다. 선수들이 경기감각을 잃지 않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신 돌다리를 두들겼지만 자신감을 잃은 건 아니다. 그는 경기 뒤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더 강한 삼성을 약속했다. 류 감독은 “앞으로도 선수를 믿는 야구, 한 박자 빠른 야구를 하겠다”며 “삼성은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이 모두 뛴 2002년이 가장 강했다. 2012 시즌, 그 이상의 삼성을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꼭 우승해 진정한 ‘야통(야구대통령)’으로 인정받겠다”고 밝혔다. 다짐을 하는 말투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귀국을 두려워하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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