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국내기업 M&A 전패오너기업 특유의 추진력 실종[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STX그룹이 시장의 높은 저항을 뚫지 못하고 두 손을 들고야 말았다.STX는 19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계경제 불확실성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이 이유다.지난 7월 8일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이종철 STX 부회장은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연 뒤 “냉정하게 가겠다. 시장이 화를 내겠지만 적극적으로 설득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의지도 결국 물거품이 됐다. 특히 이번 인수 포기는 외부의 견제가 너무나 강했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재계 관계자는 “인수전 참여 초반부터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려 했던 중동 투자자본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강했고, 출처 미상의 채권단의 매각 조건 루머도 STX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고 뛰어들었던 STX가 시장을 넘어서지 못한 채 포기를 선언한데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TX가 인수 중단의 이유로 밝힌 내용은 앞서 인수전에 참여했던 효성과 현대중공업 모두가 밝힌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하이닉스에 대해 어느 기업이 맡으려 해도 부정적으로 본다. 하이닉스에 대해선 막연한 편견이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다른 기업과 같은 이유로 포기를 한다는 점은 STX가 시장을 설득시킬 논리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기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중동 투자 펀드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점도 STX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사안이다. 이 부회장은 본 입찰 참여가 결정되는 데로 펀드의 모든 것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투자 계획이 100% 완성됐다는 가정에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인데, 결국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지난 2001년 출범 당시 인수·합병(M&A)을 차례로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했던 STX는 2008년 이후 대한통운, 대우건설, 현대종합상사, 대한조선 등 손을 대려고 했던 기업마다 인수에 모두 실패했다. 여러 이유중 하나가 늘 시장이었다. 시장에서 공격할 때마다 STX는 곧바로 손을 들었다. 오너 기업이면서도 시장의 반응에 지나치게 휘말려 소신있는 경영을 펼쳐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는데, 하이닉스 인수 포기는 허약해진 STX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됐다.하이닉스를 포기한 STX는 시장의 신뢰는 되찾았으나 당분간 국내 기업 M&A전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재계 관계자는 “연이은 실패로 STX는 국내에서 M&A를 추진하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을 주도해 나갔던 과거의 추진력을 어떻게든 부활시키느냐가 관건이다. STX는 젊은 기업인데, 현재는 늙은 기업처럼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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