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관계 해소는 이혼 요구'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스즈키 오사무 스즈키자동차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최고령(81세)이자 최장수(33년째) CEO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뚝심과 결단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우물을 파려면 먼저 파라”며 그는 일본 자동차 업체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업무제휴,유럽 헝가리 공장 설립, 폭스바겐에 지분매각 등 스즈키자동차의 경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또 최근에는 일본 정부에 엔화 강세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으며 인도 마루티스즈키의 마네사르 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무질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생산을 방해한 직원을 해고하는 등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스즈키가 일본에서 4대 자동차 메이커, 세계 9위의 자동차 업체로서 존립하고 있는 것도 ‘미니밴’이라는 소형차를 전문으로 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그의 탁월한 혜안과 결단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의견이다.기후현 출신으로 주오(中央)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스즈키는 처음에는 아이치은행에 입사했다. 그러나 창업자 손녀사위로 1958년 스즈키자동차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20년 후인 1978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카리스마를 앞세워 대표이사 취임 당시 1700억엔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3조엔 이상으로 늘렸다. 스즈키회장은 최근 다시 결단을 내렸다. 독일 폴크스바겐(VW)과 맺은 포괄적 제휴관계를 해소하기로 한 것이다. 스즈키회장은 1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휴목적인 환경기술의 지원을 VW로부터 받기가 어려워진 것과 함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제휴관계 중단 이유를 밝혔다.스즈키와 VW은 2009년 말 포괄적 업무자본 제휴관계를 맺고 VW은 17억 유로(미화 24억 달러.2225억엔)를 주고 스즈키의 주식 19.8%를, 스즈키는 VW주식 1.49%를 각각 취득했다.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은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즈키는 세계 9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뒤쳐져 있어 3대 자동차업체인 VW와 제휴해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가 필요했고 VW는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인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배기량 1리터의 소형차를 생산하는 스즈키가 꼭 필요했다.특히 앞으로 몇 년안에 인도 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VW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스즈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두 회사는 또 앞으로 수요가 커질 하이브리드 와 전기차 기술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VW가 기술이전은 하지 않으면서 피아트 헝가리 공장에서 만든 엔진을 확대구매하려는 스즈키측 계획을 트집잡자 스즈키회장은 ‘이혼’ 결정으로 대응했다. 기폭제는 지난 3월 VW가 연례 주총 보고서에서 “스즈키의 금융 및 영업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경영개입 의사를 보인게 기폭제가 됐다. 이는 스즈키가 제휴 초기부터 VW와 대등한 관계를 강조해왔던 점을 정면으로 뒤엎었다. VW는 피아트에서 소형엔진을 구매하는 것은 제휴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해 스즈키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스즈키 회장은 “VW엔진의 설계 때문에 일부 차종에 설치할 수 없어 피아트에서 배기량 1.6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마르틴 빈터코른 VW CEO는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회장은 “6월 말 빈터코른 CEO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며칠 뒤 공식문서를 보냈다”고 덧붙였다.스즈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휴관계 해소 제안은 곧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제휴관계 종결 결심은 최종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휴관계를 중단하겠다는 회사의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고 비꼬았다. 스즈키회장은 VW가 보유한 지분을 시장가격에 되사며 그것을 살 현금도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VW측은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으며가 여전히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2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VW는 서둘러 스즈키 지분을 팔 이유가 없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관측이다. 제휴관계 중단 발표로 스즈키자동차는 글로벌 성장전략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자칫 적대적 인수합병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즈키는 이같은 우려를 인도내 공장 증설로 대응하고 있다. 스즈키는 2010회계연도에 총 264만대를 팔았는데 인도에서만 113만대를 팔았다. 스즈키는 마루티 스즈키 인도의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46% 늘려 연산 175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추기로 하고 인도 델리 근처 마네사르에 새 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50억 엔(미화 4억1600만 달러)를 투자해 2013년 중반부터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스즈키는 인도에 4개의 공장을 가동중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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