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1913년 대한민국 최초의 유치원인 경성유치원이 문을 연 이래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아교육의 성격과 방향도 변화해왔지만, 내년부터 '만5세 공통과정'의 도입으로 유아교육은 의무 교육과정에 편입되는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5세 누리과정'으로 불리는 만5세 공통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학부모들은 더 이상 '어린이 집에 보낼까, 유치원에 보낼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눠져 있는 교육과 보육 과정을 통합해 만 5세의 모든 어린이들이 새로운 공통과정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취학 직전 1년간의 유아교육을 책임짐으로써 정부가 부담하는 의무교육이 사실상 10년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보육비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소득기준으로 전체의 70% 가정에 대해서만 지원하던 것을 내년부터 만 5세 아동 모두에게 확대 지원한다. 지원금액도 내년 20만원에서 2014년 24만원으로 높이고, 2016년에는 월 3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명일유치원의 음율 활동 시간, 원아들은 다양한 소리, 악기 등으로 강약과 속도, 리듬을 익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이의 고민 끝. 국가수준의 통합 교육과정 완성 만4세 자녀를 둔 학부모 장미라씨는 지난 12일 열린 '5세 누리과정' 제정 공청회에서 "내년부터 어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든 같은 공통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유아교육의 커리큘럼이 다 비슷해 보여도 막상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차이가 많이 벌어진다는 것이 장씨의 경험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보내본 장씨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어떤 커리큘럼으로 생활하고, 어떤 교육을 받는지 잘 모른다"며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가르쳐도 질적인 차이는 크게 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 아이가 초등학교로 진학했을 때 언어구사능력, 창의력, 계산력, 체육활동, 미술활동, 음악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드러난다. 어릴 때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교우관계, 학습에 쏟는 열의, 그리고 학교생활의 적극성 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장씨는 "어린이집을 보내는 학부모 중에서 자녀가 만 5세가 되면 학교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공립유치원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이제는 만5세 공통과정이 생겨서 유치원, 어린이집 구분할 필요 없이 어느 기관이든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굳이 초등학교 진학을 대비하기 위해 다니던 어린이집을 옮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만5세 공통과정'은 만3~4세와 분리하여 유아기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중심으로 5세에 맞게 재구성된다. 교과 위주의 인지적 학습 활동보다 기본 소양과 능력을 기르는 과정으로 초등학교 1~2학년의 창의ㆍ인성교육 내용 등과 연계되도록 마련된다.
명일유치원의 도서실 풍경
◆교과 지식보다는 인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5세 누리과정'은 아이들이 질서,배려,협력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체운동과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등 총 5개 영역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체험과 놀이'에 중점을 둔 통합과정으로 운영된다. 안정희 홍제초병설유치원 원감은 "체험과 놀이가 유치원 교육의 본질"이라며 "지식을 익히기 위한 수업보다는 놀이와 활동 중심의 커리큘럼을 통해 '몸으로 느끼는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손 명일유치원 원감 역시 "전문 연구에 따르면 만 6세가 돼야 두뇌가 발달하기 시작한다"며 "유치원에서는 서로 어울리고 놀면서 배우고,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사회생활을 위주로 가르쳐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5세 누리과정'은 이를 위해 첫째,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다. 둘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비만과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아기부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도록 신체 운동을 강조했다. 셋째, 다문화 사회에서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다른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고 나와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존중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현장의 혼란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해 교사들이 큰 어려움 없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무엇보다 초등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통해 취학 전 아동의 보육ㆍ교육이 향후 초등학교 교육과정까지 일관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영유아기는 최종 지능의 80%가량이 발달되는 지적발달의 결정적인 시기로, 인지와 정서, 사회영역 등의 기초능력이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시기이다. 정부에서는 제도 도입에 따라 만5세 유아교육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고, 학부모의 부담도 실질적으로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만5세 유아는 공통과정 적용 및 초등학교와의 연계 강화, 공통과정과 구분되는 종일제 운영을 통해 내실화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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