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기자
funny Imagenation-단오풍정, 190x122cm F.R.P. 우레탄 & 에나멜 페인트, 2011(화면 밖, ‘노랑머리 여자’를 정면에서 본 모습)
넓적한 돌들로 쌓아올린 긴 둑의 장독대 근처엔 노란 꽃밥의 키 작은 창포(菖蒲)가 바람에 살랑거릴 때마다 풋풋한 향기가 맴 돌았다. 졸졸졸 흐르는 석창포 무성한 물가엔 따사로운 햇살이 냇물에 젖어들고 물 속 잔돌 위 어른거리는 물빛은 달빛 여인의 속살처럼 투명했다.단오(端午), 가히 여인을 위한 화창한 날이었다. 미모며 옷매무새가 예사롭지 않은 젊은 여인 여덟이 뿜어내는 짙은 향(香)은 안개처럼 이내 숲을 물들였다. 마을을 벗어나 조금 깊은 산으로 들어가노라면 빼곡한 숲이 병풍처럼 둘러진 나지막한 동산이 신기하게도 나타났다. 창포물에 머리감은 소담스런 머리채를 손질하며 그늘에 앉아 수다를 떨고, 막 느티나무 그네를 구르려 발을 얹기도 하고 얹은머리가 크게 보이는 ‘다리’를 넣어 땋은 머리채는 육감적인 몸매를 더욱 선명하게 도왔다. 여인들은 풍만하고도 은밀한 몸매를 창포물로 씻으며 자유를 만끽했다. 기생(妓生)인 듯 교태 섞인 오늘밤 여흥(餘興)의 들뜬 얘기들은 창포 물줄기를 박차고 올라 이내 허공으로 사라지곤 했다. 그때였다. ‘아악’ 어린 사내아이의 겁에 질린 외마디 비명소리가 울렸다! 순간 모든 동작들이 정지됐다. 단지 본능적으로 소리 나는 쪽으로 일제히 시선이 꽂혔을 뿐. 바로 거기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벌거벗은 팔등신 여인의 ‘너무 재미있어라’ 히죽 웃는 도발적인 벌린 입이 여인들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동시에, 그들 마음에 일순간 빛처럼 빠르게 흐르는 공감이 있었다. ‘이건 동자승을 빙자한 도전이다’. 급기야 감정의 흐름이 서양여자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쏠렸다. 놀람은 분함으로, 미묘한 질투로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여인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의 영역에 강한 침입자가 나타난 것을 직감했다. 그때 누군가 앙칼지게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노랑머리∼, 다 뜯어!”funny Imagenation - 소년전홍, 122x90cm F.R.P. 우레탄 & 에나멜 페인트,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