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허리띠 졸라매기는 계속된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 20일 분기 실적을 공개한 US뱅코프의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7% 증가했다. 인건비 등을 비롯한 비용 지출은 전년동기대비 단 2% 증가에 그쳤다. 비용을 줄여 이익을 증가시킨 셈이다. 이익을 짜내기 위한 월가 은행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자를 통해 보도했다. 경기 둔화, 대출 수요 둔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월가 은행들이 자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US뱅코프의 리처드 데이비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매출 증가를 보이기 전까지 비용 지출에 매우 신중할 것"이라며 "이것이 회사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비용 절감 노력은 대형 은행부터 중소형 은행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켄 란디스 컨설턴트는 "현재 은행업계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던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리서치업계 SNL 파이낸셜에 따르면 이번 어닝시즌이 시작되기 전 은행업계의 고용은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208만7000명이었던 은행업계의 고용 규모는 올해 3월말 209억3000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감원 발표로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경기가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대출과 다른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던 월가였지만 막상 지금은 대출 능력이 있는 소비자들을 찾기가 어려운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대다수 월가 은행들은 감원 및 각종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월가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는 골드만삭스 조차 최근 감원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 월가 기대에 못 미친 2분기 순이익을 발표하면서 트레이딩 부문에서 1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비드 비니아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00명 감원이 단지 첫 번째 감원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추가적인 감원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감원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한 번 이상 이같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뉴욕 멜론은행도 감원을 계획 중이며 올 가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켈리 "CEO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본사의 인력 중 일부를 비용이 덜 드는 피츠버그 등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라 증권의 글렌 스코어 애널리스트는 "월가 은행들이 본사 인력을 3~4% 가량 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에서도 지난달 크레디트스위스가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투자은행 부문 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며 약 6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스도 지난달 투자은행 부문에서 100명을 감원했다. 바클레이스는 앞서 1월에도 600여명을 줄였다. 다양한 비용 절감 프로젝트도 운영되고 있다. 웰스파고의 팀 슬로안 최고재무책임자(CIO)는 "우리는 매 분기마다 비용을 줄이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Project Compass'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불필요하고 복잡한 중복되는 일들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내년 말까지 비용 지출을 12%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15억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지역 은행인 키코프의 베스 무니 최고경영자(CEO)는 "'키볼루션(Keyvolution)'이라는 이름의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3년간 연간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기지 관련 손실 때문에 올해 2분기에 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BOA는 비용을 절반 가량 줄이는 프로그램이 곧 완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BOA는 지점 갯수를 계속 줄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BOA가 5742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1년 전에 비해 158개가 줄어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부 은행들은 기회를 찾고 있다. 지난 14일 월가 대형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공개했던 JP모건 체이스는 향후 5년간 지점 개수를 2000개 늘려 534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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