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맵고 짠 요리와 같다. 그 자극적인 재미만큼 피로도 쌓인다. 옥주현이 지난 29일 ‘나가수’의 무대에 서기 전과 후의 1~2주는 그 절정이었다. 거의 모든 출연 가수가 몸의 이상을 호소했고, 제작진은 온갖 루머와 비판에 시달렸다. 시청자들은 온갖 루머와 가수들의 작은 동정마저 추측·확대 보도하는 언론에 휘말렸고, ‘나가수’에 대한 피로가 쌓여갔다. 프로그램이 경쟁을 강조할수록 가수들은 피곤해지고 제작진도 부담이 늘어나며, 시청자는 과민해진다. 이 프로그램이 과연 장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이 부정적인 대답을 한다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H3>가수들이 시작한 변화, 제작진이 화답하다</H3>
가수들은 정상인 몸 상태에서 노래를 불러봤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하는 무리한 상황을 견디고 있다
그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가수들일 것이다. 때문에 가수들이 먼저 변화를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9일에 방송된 ‘나가수’는 옥주현의 출연과 순위 때문에 많은 것들이 가려졌지만 가수들이 한결 힘을 빼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곡을 고른 것이 눈에 띄었다. 김범수는 가벼워진 복장만큼 큰 부담 없이 ‘네버엔딩스토리’를 불렀고, 박정현 또한 자기 식으로 노래하는데 충실했다. JK김동욱은 임재범의 아류라는 이미지를 깨고 싶다면서 오히려 임재범의 ‘비상’을 선곡해 정면 승부를 걸었고, BMK는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김광진의 ‘편지’를 선곡했다. 특히 이소라는 꼴찌를 각오하고 힙합을 선곡해 ‘나가수’에 다양성을 불어 넣었다. 가수들은 경쟁을 의식한 선곡을 하거나 파격적으로 편곡하는 것을 삼갔다. 경쟁과 순위에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를 가수들이 먼저 만들어 나간 것은 가수들 스스로가 ‘나가수’의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5일 방송된 ‘나가수’는 이에 대한 제작진의 화답이다. 경연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중간점검’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긴장’, ‘탈락’ 같은 단어가 가장 나오지 않았다. 박정현과 김범수 등이 지정된 곡의 원곡자를 만나 편곡을 상의하는 장면이나 BMK, 옥주현, 윤도현, JK김동욱 등이 편곡을 고민하는 장면이 그 어느 때보다 오래 노출되면서 개그맨 매니저들의 역할이 커졌고, 가수들의 유머 감각도 잘 드러났다. ‘중간점검’의 밀도도 높아졌다. 오래 함께 하며 관계가 형성된 가수들이 서로의 무대에 조언을 하거나 콜라보레이션을 펼치기도 했다. 이전 5월 15일 방송 분에는 대기실에서 따로 투표를 했던 개그맨 매니저들이 스튜디오에서 같이 자리해 이제는 많이 친밀해진 가수와 매니저들의 어울림을 보여준 것 또한 ‘나가수’에 본격적인 예능의 재미를 불어넣었다.<H3>‘나가수’ 긴장감을 통제하는데 성공하다</H3>
구체적인 편곡 작업과 출연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열성적인 시청자들이 원했던 모습이기도 하다
이는 ‘나가수’가 긴장감 일변도에서 완급 조절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나가수’는 본 경연의 치열함에 반해 경연이 치러지지 않는 ‘중간점검’에서 긴장감이 사라져 맥이 빠졌다. 사전 이미지 투표 등이 유달리 시청자들의 눈에 거슬렸던 것은 중간점검이 한 회 분량을 책임지기에는 밀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수들의 편곡 및 연습 과정, 그리고 ‘중간점검’의 사이의 분량 조율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개그맨 매니저들이 살아나면서 ‘중간점검’은 가수들의 휴식이라는 의미 외에도 다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한 회에서는 힘을 빼고 예능에 충실하고, 본 경연 무대가 방송되는 다음 회에서는 긴장감을 주는 등 완급 조절이 가능해졌다. 지난 5일 ‘나가수’는 더 이상 고삐 풀린 경쟁과 긴장감에 가수, 제작진, 시청자가 모두 끌려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나가수’가 긴장감을 통제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나가수’는 아직 안정된 포맷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난 5일에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개그맨 매니저들의 ‘중간점검’ 투표를 없앴다. 변화와 안정의 과정 속에서 미처 고지하지 못한 룰이나 형식의 변화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가수들이 만들어 내는 ‘무대’에만 의존하는 ‘나가수’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된다. 맵고 짠 ‘나가수’가 그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줄 수 있는 단 맛과 감칠 맛을 또 다른 매력으로 안착시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일요일 밤의 주말 예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앞으로 ‘나가수’가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나가수’의 제작진은 ‘나가수’가 단명하지 않고,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 만큼은 분명한 듯 하다.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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