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정선은 기자]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중견 건설업체에서 주택사업본부 상무로 있는 A씨는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5차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요즘 밤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입지 좋고 분양가도 싼 '준강남권' 보금자리주택에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민간 분양시장이 더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으로 민간주택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지나 분양가 측면에서 공공 물량인 보금자리주택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4곳(서울 고덕지구, 강일3ㆍ4지구, 과천 지식정보타운지구) 모두 강남권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데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의 80~85% 선에 정해질 예정이어서 기존의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우면ㆍ세곡ㆍ네곡지구) 물량과 마찬가지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분양 성적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입지'와 '가격' 면에서 수도권의 웬만한 분양 단지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어 주택 수요자들의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5차 보금자리주택이 지방을 중심으로 살아난 분양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시범지구부터 보금자리주택 청약 한 두달 전에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2009년 10월 강남 세곡ㆍ서초 우면 등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전예약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분양 물량은 8월과 9월에 각각 881가구, 4412가구를 기록했다. 7월에 경기 4893가구 등 6829가구가 쏟아져 나왔던 것과 대비된다. 강남 세곡 및 내곡 등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이 있었던 2010년 5월 직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1월 경기지역 1만707가구를 포함해 1만3299가구의 물량이 공급됐던 서울 및 수도권은 3월과 4월에 각각 404가구, 3409가구를 공급하는데 그쳤다. 올해 1월 강남 세곡, 서초 우면 등 시범지구 본청약을 앞두고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2010년 12월 서울 및 수도권에는 1205가구의 물량만 공급돼 10월과 11월에 각각 4473가구와 4000가구의 분양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됐다. 기존 주택 매매시장 위축과 전세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5차 보금자리주택 발표로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더 얼어붙으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는 물론 전세 수요 증가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민간 분양 물량이 줄면 향후 몇년 새 수급 불균형으로 집값이 들썩일 수도 있다"며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속도 조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철현ㆍ정선은 기자 cho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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