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귀국 하루 전날 저녁 '은사' 박경훈 제주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제자의 목소리를 들어 반가웠던 박 감독은 이내 독일 생활이 어땠는지 물었다. 제자가 건넨 첫 마디는 "선생님, 장난 아니에요".박 감독은 "(구)자철이가 여기서 뛰던 것보다 훈련량이 10배는 많다고 얘기하더라. 자철이가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했던 녀석인데, 그렇게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곧바로 K리그 선수들의 훈련태도와 정신자세에도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준 높은 리그의 선수들도 그렇게 훈련량이 많고 평소에 노력하는 데 비해, K리그 선수들은 너무 쉽게 훈련에 임하고 경기장에 나선다는 것."우리나라 프로선수 훈련량이 많아져야 한다. 단순히 많은 시간과 양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운동장에서 더 집중력 있게 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프로선수로서 90분 동안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자세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당장 스페인 바르셀로나만 보더라도 리그, 챔피언스리그에 각종 컵대회까지 게임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 빡빡한 일정에서도 다 좋은 경기한다. 프로라면 항상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구자철이 그런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직접 조언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내비쳤다. "감독인 내가 얘기해봤자 잔소리밖에 안된다. 동료 선수가 직접 얘기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설명.실제로 동료선수의 한 마디가 지도자의 백 마디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질 때가 있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직후 포항 수비수 김형일은 대표팀을 경험하며 "칼로리까지 체크하며 음식을 조절하고 몸 관리하는 선배들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특히 차두리(셀틱)를 언급하며 "군것질도 전혀 안 한다. 그렇게 몸 관리하는 형 몸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후 피자, 치킨 등 야식이나 군것질은커녕 먹는 사람 근처에도 안 간다고 귀띔하기도 했었다. 주변 동료를 통한 각성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주는 사례였다.박 감독은 1년 반 동안을 쉼 없이 달려온 제자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도 내비쳤다. "자철이도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해 K리그 끝나고 아시안컵까지 치렀고, 그 직후 곧바로 독일로 갔다. 본인이 원해서 허락했지만, 사실 나는 이왕이면 유럽 시즌이 시작하는 여름에 이적했으면 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중간에 들어가서 적응한다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최근 논란 끝에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게 된 것도 다행이란 입장이었다. 그는 "자철이는 지금 무조건 쉬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를 생각해 큰 결단을 내려줬다. 지도자로서 선수를 제대로 관리한 셈"이라고 덧붙였다.더불어 "자철이가 제주로 내려와서 (신)영록이한테도 가고, 경기장도 오겠다고 하더라"라며 제자와의 오랜만의 재회에 반가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대중문화부 전성호 기자 spree8@ⓒ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