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수부 왜 포기 못하나..중수부장 자리 때문?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30년 역사의 이 수사부서를 사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치권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검찰이 온갖 잡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중수부를 지키려는 이유는 뭘까. 권력형비리 척결 등 수사상의 필요성도 중요하겠지만 중수부가 갖는 상징적 의미 역시 검찰이 미련을 못 버리는 중요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중수부장들의 퇴임 후 이력이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대다수가 중수부장에서 물러난 뒤 '고ㆍ지검장-정관계 요직-대형로펌-대기업 사외이사'로 이어지는 '로열 로드'를 걸었다. 이렇기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중수부를 검찰 내부의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본지가 22일 역대 중수부장 28명의 퇴임 뒤 이력을 확인한 결과, 정성진(10대) 전 중수부장과 신광옥(19대) 전 중수부장, 이인규(28대) 전 중수부장 등 3명을 제외한 전원이 퇴임 직후 전국의 주요 고ㆍ지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정 전 부장은 국민대 교수와 총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신광옥 전 부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했다. 이 전 부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태 속에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방향을 잡았다. 법무부 장ㆍ차관, 검찰총장ㆍ차장 등 '친정'에서 기관장급으로 일한 사람은 정 전 부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이나 된다. 안강민(13대) 전 부장을 포함한 8명은 두산인프라코어ㆍ포스코ㆍGS칼텍스 등 1~3개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신건 전 부장 등 3명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국회로 진출했다. 이밖에 상당수 전직 중수부장들이 정ㆍ관계, 학계, 재계 등 우리사회 각계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고ㆍ지검장-정관계 요직-대형로펌-대기업 사외이사'라는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이모 변호사는 "법무ㆍ검찰 내부에선 중수부, 특히 중수부장 자리를 '검사 이후' 탄탄대로를 보장하는 일종의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검사들에게 중수부 폐지는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중수부장으로 일했던 검사들이 각계에서 탄탄대로를 걷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사회적으로 거대한 파장을 일으킨 굵직한 사건을 맡으며 축적된 엄청난 파괴력의 정보와 인맥, 노하우 등이 그것이다. 중수부가 맡았던 사건은 이철희ㆍ장영자 부부의 어음사기 사건,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비리 사건, 한나라당 '차떼기' 의혹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 의혹 사건, '박연차 게이트'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 현대사 그 자체다. 전직 대통령을 잡아가두고 살아있는 권력에 사정의 칼을 들이대는,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전환을 불러온 사건들이다. 이 변호사는 "중수부장 출신 검사는 말그대로 걸어다니는 정보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이 각계에서 잘 나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이 변호사는 중수부가 갖는 이같은 의미를 바탕으로 중수부 폐지론이 더욱 조심스럽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수부가 해온 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었다"면서 "이런 커다란 사건들을 맡을 중수부 대체조직을 새로 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모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중수부 폐지론을 어느정도 지지한다"면서도 "중수부 폐지론은 중수부에 준하는 능력과 조직력을 갖춘, 기술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대안이 마련 된 뒤에 나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중수부의 또다른 의미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수사해나가면서 정보를 관리하고 국가적 혼란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있다"면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중수부를 시급하게 없애면 사정기관의 활동 자체에 커다란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중수부 폐지ㆍ특별수사청 신설ㆍ대법관 증원 등의 내용이 뼈대인 사법제도 개혁안 처리 논의를 오는 5월로 미루고 관련 검토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검찰은 일단 한숨을 돌림과 동시에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에 반대하는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으려는 분위기다. 사개특위가 구상중인 특별수사청은 판ㆍ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직무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이다.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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