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재미없는 K리그'가 논란이다.비난의 근거는 스코어다. 지난 주말 K리그 5라운드 8경기에서 터진 골이 고작 10골. 경기당 평균 득점으로 따지면 1.25골이다. 4라운드까지의 라운드별 평균 득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록이다. 축구팬이 가장 싫어한다는 0-0 무승부가 네 경기나 나왔다. 승리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펼친다는 언론의 비난부터 의욕 없는 무성의한 플레이에 대한 지도자의 질책까지 이어졌다. 이대로는 또 한번 흥행실패를 맛볼 것이란 비관론이 재등장했고, 이에 대한 팬들의 갑론을박도 뜨겁다.여기서 끝나기엔 무언가 석연치않다. 모든 평가에는 주관적 척도가 개입한다. 점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도 않는다. 야구 역시 8-7 '케네디 스코어'보다 1-0 투수전이 더 재미있을 때가 있고 농구 역시 100점 경기보다 50점대 한 점차 승부가 더 짜릿할 때가 있다. 최대한 개인의 생각을 걷어내고 정직한 수치만을 따져보는 건 어떨까.
[표=9,10일 열린 2011 K리그 5라운드 8경기의 기록]
K리그 5라운드 8경기의 평균 APT(Actual Playing Time:실제경기시간)은 58분 52초였다. 지난해 야심 차게 시작한 '5분 더 캠페인' 목표였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60분에 크게 모자라지 않은 수치다. 심지어 울산-강원전은 65분이 넘었다.'실리축구' 혹은 '수비축구'란 비난의 대상인 대전 시티즌의 경기기록을 곱씹어봤다. 0-0으로 비긴 경기에서 대전은 '공격축구의 선봉' 제주보다 APT가 22분20초 대 30분49초로 적었다. 하지만 이는 42대 58의 점유율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오히려 슈팅은 4개가 많았고 파울은 9개가 적었다. 그만큼 더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친 셈이다. 적장인 박경훈 제주 감독조차 "수비축구라고 해서 수비만 잘해서는 안 된다. 이면에는 다이내믹하고 재빠른 역습 등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즉 수비 이후 공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야 관중이 재미를 느낀다. 대전이 바로 그 좋은 예"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만족도를 읽을 수 있다.또 다른 0-0 경기였던 수원-전북전은 두 팀이 21개의 슈팅을 주고받으며 언제 골이 터질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는 광주-상주전과 전남-성남전도 마찬가지였다.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5라운드에서 패배한 홈팀이 단 한 팀도 없다는 사실이다. 개막 후 치른 홈 3경기에 모두 승리한 대구를 비롯하여 포항, 대구, 수원, 상주, 제주, 경남 등 리그 상위 7개 팀 중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패배한 구단은 단 한 팀도 없다. 경기장을 찾은 팬 입장에서 최악의 결과는 홈팀의 패배다. 안방에서 울려 퍼지는 원정 서포터즈의 승전가는 장송곡보다 듣기 싫은 법. 시즌 초반 K리그는 홈팬들에게 철저한 팬서비스를 한 셈이다. 대전은 10일 프로축구와 프로야구가 동시에 열린 유일한 도시였다. K리그 1위를 질주 중인 대전 시티즌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 1만 6788명의 관중을 모았다. 같은 날 프로야구 '꼴찌' 한화 이글스는 LG 트윈스와의 홈경기 관중이 6658명에 그쳤다. K리그는 정말 재미없는 것일까.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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