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지진 한달]방사능 공포에 ‘지진·해일’ 잊었다

지진·해일보다 방사능 불안이 더 위험?… “종합대비책 마련해 2~3차 피해 줄여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 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소방방재청이 구성한 지진긴급대응팀이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해체됐다. 8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4개반 총 17명으로 꾸려졌던 대응팀 인원은 대부분이 원전 관련 업무에 재배치된 상태로 지금은 종합상황실만 운영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지진이나 해일보다 원전피해에 대비한 움직임이 우선이라는게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2. 서울시는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모든 신축건물에 내진설계 의무화를 도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보름이 넘도록 건축법 개정에 대한 움직임은 물론 소규모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필요성이나 비용 부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대지진 발생 한 달이 지났다. 지진, 해일 공포에 이어 이제는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무하다. 방사능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모니터링하는 정도다.  ◇사라진 '지진ㆍ해일' 대비책  지난 한달간 대한민국에서는 지진과 해일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연일 도마위에 올랐다.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의 조사로 국내 건축물 가운데 5.6%만이 내진설계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소방서는 5곳 가운데 4곳이 지진에 취약했다. 단 한번 동해안 일대에서 지진·해일 대피훈련이 실시됐다. 하지만 실시 하루 전날 북한 공습 대비훈련을 변경한 것에 불과했다. 발표를 앞두고 있던 ‘국내 지진방재책’은 무기한 연기됐다. 소방방재청의 행정처리 미숙으로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취소됐다. 지진과 해일의 위험성을 실감했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피훈련 계획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전국단위 지진대비 훈련은 5월에 실시되는 ‘안전한국훈련’이 유일하다. 3일간 진행되는 이 훈련은 풍수해, 지진, 인적재난 대피훈련으로 나눠져 있다. 사실상 지진과 관련된 대피훈련은 단 하루에 불과한 셈이다.서울시가 발표한 내진설계 의무화 확대 적용도 시행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건축법 개정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비용부담에 대한 문제까지 걸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진대응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던 소방방재청의 지진긴급대응팀도 해체됐다. 방재관리국장을 총괄 팀장으로 4개반 17명이었던 대응팀은 현재 대부분이 다른 업무를 보고 있다. 지진피해 및 응급대응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던 계획은 시작도 못했다. 더욱이 해체 직전까지 이렇다할 조사결과를 내놓지 못해 ‘면피용’이였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난상황 대비한 ‘가이드라인’ 구축 필요 정부 고위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진이나 해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방사능에 대한 불안요소를 없애고 피해 가능성을 파악하는게 우선이다”고 밝혔다. 당장의 피해가 불거질 수 있는 요소부터 해결하겠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피해발생의 근원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2~3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최근 소방방재청 산하 국립방재연구소가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서부에 위치한 아키타 현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하면 2시간도 되지 않아 속초해수욕장과 삼척항 등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발생한다는 결과다. 특히 임원항의 경우 2층 건물 높이인 3.5m까지 잠기며 내륙으로는 200m까지 지진해일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정부는 일본과 같은 지진·해일에 의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대비해 용수공급 등을 담당하는 ‘긴급 대응대’를 구성, 원전 일대에 배치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전사고를 포함한 지진·해일 등 각종 재난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 역시 반쪽짜리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난상황시 유관부처간의 협력을 위한 매뉴얼이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상황 발생시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구조활동을 추진해야할 구조기관과 지원기관간의 협력체계가 미흡하다는 이야기다. 긴급구조기관인 소방방재청과 소방서 그리고 지원기관인 각 부처와 군·경 그리고 병원들에 대한 협력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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