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검찰과 국세청의 대기업에 대한 사정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가운데 당국이 이번에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장, 비상상 계열사를 통해 변칙적으로 상속과 증여행위를 하는 것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세청에서 열린 제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지난 2004년 상속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지만, 대기업의 계열사를 통한 변칙 상속ㆍ증여 행위가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비상장법인을 통한 세금 없는 부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과세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설립한 뒤 회사 주식을 오너 일가 등에 넘기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게 하는 관행을 뜻한다.시민단체들은 그간 재벌들의 문어발확장 이면에 총수일가의 불법적, 사적 이유도 적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국회에 상정돼 있는 형법상의 회사기회유용 개념을 도입해야 하고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지원행위로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계전문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재벌의 계열사는 2005년 702개에서 매년 평균 73개씩 증가해 작년 말 기준으로는 1069개로 파악됐다. 이중 10대 그룹 계열사는 2005년도 350개에서 작년 말 538개로 무려 188개가 늘어났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새로운 회사를 비상장회사로 설립한 이후 그 주식 대부분을 총수일가가 가져가고 다른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준다. 여기서 얻는 이익을 총수일가가 가져가는 불법 내지 부당행위들이 만연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실제 세금을 부과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대기업들의 반발이 심한데다 창출된 수익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뤄진 것인지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의 사례를 심도 있게 분석해 과세요건, 이익계산 방법 등 합리적인 과세기준을 마련키로 했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세요건이나 방법을 자의적으로 정하면 조세법률주의와 상충해 세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당사자인 대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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