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구청장·시의원 등 직접 대면해 학교 민원 해결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서울 구로고등학교 학부모 회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영선 의원을 직접 만나 학교의 답답한 현실을 호소한다. 에어컨을 설치해놓고도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서 사용하지 못하는 형편을 전하며 학교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다. 구로구의 다른 중학교에서는 정수기가 동파되는 일이 일어나자 역시 학부모 회장이 나섰다. 시의회 의원과 협의해 서울시의 생수 '아리수'를 불과 나흘 만에 끌어왔다.
지난 18일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50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학년별로 새로운 학부모 회장을 선출하고 임원진을 꾸렸다. 매년 3월 학부모들이 모여 총회를 열고 학부모회장을 뽑는 풍경은 어느 학교나 비슷하다. 추천과 사양이 오가다가 결국 학부모회 활동을 꾸준히 해온 어머니가 회장직을 수락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이런 학부모 회장의 위상은 예전과는 다르게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학교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모습처럼 학부모 회장들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회장이 학교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만큼 구의회 의원이나 구청장, 나아가 시의회 의원과 국회의원까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직선제 대표들은 지역사회의 구심점인 학부모회장의 힘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학부모회장이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은 구청이나 구의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대받는다. 구의원과 구청장, 시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그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 건의사항이나 요구사항을 챙겨 듣는다. 반대로 학교에서 입학식이나 졸업식, 축제와 같은 큰 행사가 열릴 때 의원들이 참석해 이들과 교류하는 일도 잦아졌다.구로고 학부모회장인 김 모(49) 씨는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 강당이 너무 오래돼 걸을 때마다 먼지가 피어올랐다"며 "학교에 새로운 강당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들어 그때부터 구의원, 시의원을 쫓아다니며 강당을 지을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결국 딸의 졸업식은 6년 만에 지은 새 강당에서 열렸다. 또 학생들의 교외활동에 시와 구청의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는 매년 학생들이 병영체험 활동을 갈 때마다 서초구청으로부터 교통편을 제공받고 있다. 학부모회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한 결과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학교 안에서 교사와 학생들을 돕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학교 밖 지역사회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물론 학부모 회장과 정치인의 결합이 교육여건 개선과 같은 좋은 결과를 끌어낼 때도 있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인이 학부모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명암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2011학년도에만 11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16개 시ㆍ도교육청은 별도의 추가예산을 지원해 공모에 참여하는 3200여개 학교에 학교당 500만원 안팎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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