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가온
편집. 이지혜
오디션의 형식이라 할 지라도 출연자에 대한 관찰이 전제가 된다면 ‘남자의 자격’ 라면의 달인 편처럼 얼마든지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연출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지는 단계는 바로 촬영이다. 하지만 김태호 PD와 전성호 PD는 그 역할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디션을 치르는 대상이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어떤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좋은 연출이라는 뜻이다. ‘나가수’가 PD의 무리한 개입으로 규칙을 바꿨다가 혹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김태호 PD는 “만약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특집처럼 1등을 뽑는 콘테스트에서 제작진이 개입한다면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노래하는 무대를 예쁘게 만드는 건 연출의 영역이지만 내용이나 퀄리티에 손을 대는 건 굉장히 위험한 시도”라고 말했다. 1위곡이 뽑히기 전까지는 관객의 입장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성호 PD는 “자기 목표가 확실히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연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런 장치들이 없어도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절실함이 주는 묘한 재미, 면접에 대한 압박감을 위트 있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결국 촬영장에서 연출자의 몫은 “출연자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김태호) 뿐이다.편집 작업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는 “웃기지 않더라도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오는”(신원호) 이야기를 골라내고, “출연자들을 자칫 비호감으로 만들 수 있는 의도적인 멘트나 어색한 행동”(김태호)을 잘라내는 것이 좋다. 결국 사전준비-촬영-편집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것은 ‘리얼’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 방송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 제작될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PD들은 신원호 PD의 한 마디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필연적으로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그것을 바라보는 제작진들의 시선이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