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관점에서 공정조달 꾀할 터”

조달청 업무·인사 등 소프트웨어적 변화에 앞장…생산성 향상, 불법입찰 근절도

조달청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노대래 조달청장.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아시아초대석]▣ 대담=왕성상 중부취재본부장“부적격·부실업체가 입찰 및 납품에 뛰어드는 일 없을 것”조달가 거품제거는 물가안정 핵심···원가검토업무 객관화조달청이 확 달라졌다. 간부들이 꽤 젊어졌고 조직에 새 바람이 분다. ‘선진 조달행정 발전방안’에 따라 업무도 개선됐다. 지난해 4월16일 취임한 노대래 청장(55)은 ‘개혁’과 ‘변화’에 앞장섰다. 관련제도와 법, 조직을 고치고 예산을 뒷받침했다. 특히 인사에 큰 비중을 뒀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생각에서다. ‘인사가 만사’란 지론이다. “지난해는 조직의 틀을 바꿨다면 올해는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꾀할 생각이다. 밖은 급변하는데 조달공무원들은 그렇잖은 것 같다.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그는 변화를 겁내며 게으르고 조직기여도가 낮은 사람은 물러나야한다는 견해다. 개혁은 대부분 집권초기에 하지만 조달청은 집권중반임에도 과감히 해 눈길을 끈다. “전자조달을 강조한 결과 가격경쟁만 뜨거워졌다. 결과 부적격·부실업체가 입찰이나 납품에 뛰어드는 일이 벌어졌다. 조달시장에서 기술과 품질이 뛰어난 기업이 내몰리는 모순이 생겼기 때문이다.” 노 청장은 개혁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봄 김황식 국무총리가 감사원장 때 취임인사차 갔더니 ‘부적격자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일은 없어야한다’는 말을 해 당황했다”고 전했다. 취임 11개월을 맞은 노 청장을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해온 ‘조달행정 발전방안’ 성과는.▲품질향상·기술개발 등 정책지원기능 강화, 전자조달의 신뢰 향상 및 효율화, 국가비축시스템 선진화, 정책지원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과 기능정비를 마쳤다. 자가품질보증제 도입, 기술제품 구매예고제를 위한 법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검사면제근거규정 마련 등을 위한 ‘국가계약법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달엔 ‘공공조달 최소구매규격 사전예고물품운영규정’을 만들었다.-올해 중점 추진할 업무 방향은.▲수요자 관점, 먼 안목에서 불합리한 부분을 빨리 고쳐 공정조달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조달의 기능적 역할도 중요하다. 조달정책의 거시경제적 효과 분석, 조달관련 지표개발, 조달의 산업·정책적 기능, 원자재시장동향, 품질조달 등의 연구로 업무효율을 높이겠다.-전자조달 법제화와 행정처분정보 공동 활용을 위한 법령은 어떻게 됐나.▲‘전자조달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10월15일 국가계약제도심의회를 거쳐 공청회, 이달 중 입법예고 후 올 상반기 국회로 넘어간다.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와 조달청 내부정보화시스템(EDI) 통합도 이뤄진다. -간혹 불법입찰이 말썽이다. 대책은. ▲지난해 7월부터 생체지문인식전자입찰 시행, 원격지PC공유를 통한 대리입찰 막기 등으로 불법입찰문제를 1차로 해결했다. 부적격자 자동차단시스템도 갖췄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과 협의해 불법입찰 징후분석시스템을 손질했다. 올부터는 국세청 도움으로 개별업체의 휴·폐업정보가 ‘나라장터’에 실시간 들어와 불법입찰을 막고 있다. -관련조직과 기능정비가 뒤따랐을 텐데….▲적격성업무 위탁 등을 위해 지난해 말 한국MAS(다수공급자계약)협회를 만들었다. 그해 11월엔 조달행정발전위원회를 발족, 각계 목소리를 업무에 접목하고 있다. 지난해는 시스템과 제도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손봤다면 올해는 제도운용의 공정성과 업무생산성 높이기에 중점을 둔다. -업무처리방법 개선, 인사혁신 등 소프트웨어(SW)적 개혁을 강조하는데 이유는.▲제도와 시스템을 고쳤다고 해서 운영이 공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운영자가 공정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수요기관과 조달업체 입장에서 해야 한다. 조달행정개혁 마무리를 위해선 제도운영의 생산성과 공정성, 전략적 사고와 전문성을 꾀하는 SW적 개혁이 필요하다.-중동문제까지 겹쳐 물가가 심상찮다. 공공조달을 통한 물가안정대책은.▲공공조달가격은 시장가격을 이끈다. 조달가의 거품제거는 물가안정의 핵심이다. 따라서 원가검토업무의 객관성을 높이고 입찰담합도 막겠다. 3~4월은 원자재성수기다. 중소기업용 원자재를 시장가보다 1~2% 싸게 공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체들이 내는 가격 및 원가자료의 객관적 검증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소리가 높다.▲동감이다. 공사의 최저가낙찰제 저가심사 때 가격자료를 꼼꼼히 확인할 예정이다. 2006년 이후 저가심사서류를 조사 중이다. MAS품목등록, 우수제품지정 때 객관적 원가검토 검증절차를 밟아 부당한 가격상승을 막겠다. 공정거래위와 협의해 턴키 등 대형공사의 ‘입찰담합 분석기준’을 마련, 담합조사를 강화한다. 지금은 공정거래위 ‘입찰담합 징후분석시스템’에 50억원 이상 공사의 기본입찰자료만 보내지만 설계점수 격차, 공구별 입찰상황(교차, 들러리입찰 등), 유사설계를 분석해 담합일 땐 공정거래위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보훈·복지단체, 여성기업 이름으로 수의계약혜택을 보는 등 조달시장 불공정행태가 남아있다. 근절방안은.▲약자기업지원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의 제재를 강화할 것이다. 중소기업청과 협조해 직접생산위반기업의 경쟁 입찰을 막겠다. 이름을 빌려준 단체의 직접생산여부도 점검해 수의계약혜택을 주지 않겠다. 무늬만 여성기업인 곳의 혜택도 제한한다. 편법으로 회사를 쪼개거나 위장방식으로 중소기업지위를 누리는 행위도 막겠다. 교육계 납품비리근절을 위해 경쟁범위를 늘리고 초·중·고 수학여행·수련회 계약을 쇼핑몰에서 거래토록 하고 있다.-첨단IT(정보통신) 서비스분야에서도 SW회사들이 하청업체로 전략하는 폐해가 많다.▲IT분야에서 협력업체라고 하나 하청업체와 비슷하다. 대기업들만 참여할 수 있는 비경쟁적 계열사시장이다. 조달청을 중심으로 학계, 업계, 관련협회가 참여하는 ‘IT수주·발주제도 선진화방안 연구회’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나누고 제도개선에도 반영할 계획이다.-지난달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가격담합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담합은 다수공급자계약과정에서 이뤄졌다. 조달청은 계약심사위원회를 열어 두 회사를 부정당업자로 지정, 지난 2월9일부터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두 회사가 조달시장에서 제재를 받긴 2005년 1월 다수공급자물품계약제도 시행 후 처음이다. ‘6개월 이상 입찰정지’ 처분을 내려야하나 두 회사가 국내 전자산업에서의 비중과 수요기관의 업무공백 등 현실적 상황을 들어 제재기간을 줄였다. -이번 사례처럼 다수공급자계약을 통한 가격담합 때 회초리를 강하게 드는 방안은 없는가.▲국가계약법상 경쟁 입찰에서 담합했을 때만 제재할 수 있다. 앞으론 가격담합의 경우 공정거래위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요청이 있을 때도 제재하겠다. MAS는 여러 업체를 낙찰자로 정하고 있어 한 곳만 뽑는 경쟁 입찰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국가계약법시행령’에 MAS를 경쟁 입찰로 보는 규정을 만들 것이다. 경쟁 입찰 외에 여러 유형의 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 제재요청이 없어도 조달청 판단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다. -조달물자의 원산지관리를 강화하는 배경과 주요 내용은.▲소비자들의 바른 선택과 조달물자의 품질관리를 위해서다. ‘조달물자의 종합쇼핑몰 등록 및 관리지침’을 만들어 오는 5월28일부터 시행한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에 대해 국내생산이 확인된 것만 종합쇼핑몰에 올리도록 하겠다. 수입 원료로 국내서 만든 제품 중 조달청이 공고한 LED(발광다이오드)조명 등 77개는 완제품의 주요부품이나 핵심부품까지 원산지를 밝히도록 할 예정이다. -국제원자재시장이 불안하다. 품목별로 비축목표량을 달리한 배경과 내용은.▲물가안정, 원활한 원자재 수급조절을 위해 비철금속, 희소금속을 비축 중이다. 그러나 비축목표량이 모든 품목에 대해 ‘국내 수입수요의 60일분’으로 돼있어 원자재 위기대응과 중소기업지원에 걸림돌이 됐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수요비중이 높은 구리는 목표재고량을 80일분으로 늘리고 대기업이 주로 쓰는 실리콘은 30일분으로 줄였다. 구리 80일, 주석 75일, 아연·니켈 60일, 알루미늄·납은 40일이다. 희소금속인 비스무스·코발트 80일, 인듐 70일, 탄탈륨·리튬 65일 등이다. 차등화 된 목표비축량은 2015년까지 서서히 늘린다. 값이 많이 오를 구리·주석 등은 올해 먼저 늘리겠다.-다음달 13일부터 사흘간 열릴 ‘2011 나라장터 엑스포’를 소개하면.▲우수중소·벤처기업의 첨단기술, 녹색제품의 국내 판로지원과 우수조달제품의 해외시장진출을 돕기 위해 2000년부터 여는 국내 유일의 공공조달전시회다. 전시관은 녹색제품관, 첨단기술관, 우수제품관, 정부조달관, 해외시장진출관, 문화상품관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169개사가 참가했고 3만2000여명이 다녀갔다. -정부조달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약 122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1.5%, ‘나라장터’ 거래(86조원)는 GDP의 8.4%(2009년 기준)로 크다. ======================================================================

공평무사와 사필귀정을 생활신조로 30여년 공직에 몸담아온 '조정의 달인' 노대래 청장.

노대래 조달청장은? 양보다 질적 균형감각 중시하는 ‘조정의 달인’실용주의자로 30여년 ‘공평무사, 사필귀정’ 실천‘공평무사(公平無私), 사필귀정(事必歸正)’을 신조로 30여년 공직에 몸담아온 노대래 청장은 실용주의자로 통한다. 전문가라도 현실성 없는 업무보고는 질색이다. 현장에서 먹히지 않는 정책은 헛일이란 시각이다. 조달행정도 마찬가지다. 양보다 질적 균형감각을 중시한다. 개혁을 부르짖은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조달청 직원들이 계약업무에 빠져 변화를 싫어하고 답습하려는 조직문화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원칙과 관행의 틀에서 성실히 산 사람들이 유연하게 상황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자기생각만 하고 ‘한 점 부끄럼 없이 일해 왔다’는 자신감이 세상을 더 좁게 보는 고집으로 발전하는 견해도 있다”며 부하들에게 인생을 더 넓게 보고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이처럼 열린 사고를 가진 노 청장은 ‘조정의 달인’이다. 거시정책, 미시정책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차관보 때 ‘조정 실력’을 인정받았다. ‘정부의 경제 분야 대변인’이랄 만큼 조정자노릇을 했다. 금융위기 땐 KBS 심야토론에 나가 국민들을 설득했다. 조달청장으로 와선 방법만 다를 뿐 강단에 자주 선다. 대학·대학원생, 기업인,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16번 했다. 학생들에겐 세계경제여건 변화 등을 설명하며 진로선택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최고경영자(CEO)들에겐 기업환경과 미래를 피부에 와 닿게 들려줘 인기다. 조달품질향상, 입찰부적격자 솎아내기와 같은 조달청장으로서의 키워드도 빼놓지 않는다. 공무원대상의 특강, 지역단위의 맞춤형교육에선 공정사회를 강조한다. 경제와 정책을 중심으로 남북관계, 기후변화, 인구증가, 바이러스경제학 등 앞날을 내다보는 분야에 관심이 많다. 노 청장은 또 소통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조달청에 와보니 토론문화가 아쉬웠다. 창의성도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간부회의를 진행사항 보고위주에서 자유롭게 전략을 토론하는 식으로 바꿨다.” 노 청장은 집무실에서 직원들에게 메일이나 편지를 보내면서 ‘성공하는 정책, 소통하는 리더’란 책을 펼쳐보곤 한다. 노 청장은 건강관리도 강조한다. 건강유지는 자신의 의무이자 조직과 사회에 대한 의무라고 말한다. 몸이 뚱뚱한 직원에게 ‘건강 얘기’를 자주한다. 그는 채식을 즐기고 짬이 나면 자전거를 탄다. 휴일엔 한강변을 걷고 산에도 오른다. 얼마 전부터는 서울의 성곽 길을 코스별로 걷기 시작했다. 농사와 사업을 하는 집안의 4남1녀 중 셋째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톨릭신자다. 세례명은 발랜티노. 박혜리(55) 여사와의 사이엔 1남1녀를 뒀다.<노대래 조달청장 주요 약력>▲1956년 2월 서천군 기산면 출생 ▲서울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 독일 쾰른대 재정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경원대 행정학 박사(지역개발학 전공) ▲1979년 행정고시(23회) 합격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과장 ▲주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재정경제관 ▲재정경제부 기술정보과장 ▲조달청 물자정보국장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장 ▲주미대사관 재경참사관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차관보왕성상 기자 wss404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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