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여야 지도부가 서민생활 안정과 물가관리를 위해 현 정부의 저금리 정책 기조의 수정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수출과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른바 '747정책(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의 폐기를 요구한 것. 747 정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성장을 중시하는 MB노믹스를 상징하는 핵심 단어다. 여야의 주장은 5% 성장과 3% 물가관리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은 실현이 불가능한 만큼 지금이라도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
◆손학규·정두언, 저금리 고환율 정책 수정 요구여야 주요 정당의 오전 공식 회의석상에서 금리나 환율 문제가 주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보통 정치적 현안에 대한 여야간 공방이 주를 이룬다. 7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금리 문제가 거론됐다. 심각한 물가불안에 금리와 환율 문제가 여의도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물가폭탄이 커지며 금(金)치, 금(金)겹살, 귀족 고등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며 "물가문제는 고환율 저금리를 기초로 하는 성장정책 기조를 바꿔야 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특히 물가안정, 내수중심, 소득재분배 강화 등을 기조로 제12차 5개년 계획을 최근 발표한 중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중국은 저금리 고환율 정책이 국민생활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고성장 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안정 성장을 택한 것"이라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슈 메이커' 정두언 최고위원이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물가급등과 관련, "정부와 여당은 민생방어체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경제기조가 성장은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물가에 주력하는, 경제안정을 우선시하는 기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특히 "저금리 고환율 정책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을 촉구했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심지연)도 지난 1월 발간한 '연초 물가상승에 대응한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개별 품목에 대한 행정적 개입보다 금리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가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 및 한국은행은 '5% 성장, 3% 물가관리'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금리인상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물가안정화를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여야 경제통, 김중수 한은총재 비판하며 금리인상 요구여야 의원들도 지난해 가을부터 물가불안을 우려하며 금리인상을 촉구해왔다. 주요 현안마다 날선 태도로 대립하던 여야가 물가와 금리 문제에서 거의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지역활동에 매진하는 여야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치솟은 기름값과 급등하는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서민들의 아우성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일본경제 따라하지 않기'라는 정책보고서로 호평을 받은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일본이 플라자합의를 통해 환율이 급격히 절상되니까 금리를 거의 바닥까지 해서 버블이 많이 생겼다. 버블을 끄기 위해 갑자기 금리를 올려야 했다"며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물가가 오르고 있다.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주저할 때인가"라고 반문하며 "저금리 기조는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증가시켜 상황을 악화시킨다.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금리를 회복시켜야 유효한 통화신용정책수단의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문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여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금리를) 올렸어야 한다고 중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동안 환율 떠받치기 한다고 올리지 않았다고 본다"며 "고환율은 일부 대기업 수출을 좀 도와주려고 서민들의 생활비를 엄청나게 올린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직접적으로 겨냥해왔다. 전병헌 의원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취임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금리 동결 결정으로 시장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비판했고 이용섭 의원도 "한국은행의 존재 이유는 물가안정에 있다. 정부의 성장 정책이나 환율 정책에 밀려가지고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도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한국은행은 정부의 성장위주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억제하여 물가폭등을 방치하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다"며 반서민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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