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信)·경(經) 분리 통과만 남았다

정부·여당 내일 처리 예고..자본금 합의 못하면 장기 표류 가능성도[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3일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금융) 부문과 경제사업(유통) 부문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다룬다.여야는 여기에서 지난해 4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한 '1개 연합회-2개 지주회사' 사업분리 방식 외에 정부의 자본금 지원, 조세특례 등 핵심 쟁점들을 논의한다.농협법 개정안은 정부와 농협의 합의를 거쳐 2009년 12월 국회에 상정됐다. 이후 여야 간 많은 논의가 이뤄졌고 풀어야 할 몇가지 쟁점들이 아직까지 남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도 처리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어 이번 회기 중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자본금 지원이 가장 큰 쟁점 = 여야의 주요 쟁점은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부족 자본금 지원 ▲조세 특례 ▲농협공제의 보험업 전환에 따른 특례 ▲경제사업 활성화 등이다.이 중 가장 큰 쟁점은 자본금 지원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여당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필요한 자본금은 우선 농협이 자체 조달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원 규모, 대상 및 방식은 법 개정 이후 자산실사 등을 거쳐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이를 정하기 위한 관계기관 협의체 구성, 국회에 지원 계획서 제출 등의 절차와 의무를 법 부칙에 명시하고 지원 후에도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했다.그러나 야당은 유통사업 지원에 최소 6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조세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단일 조직 내에서 운영되던 경제·신용사업이 각각 독립법인으로 분리되면 현재는 발생하지 않던 세금이 추가 발생하게 된다.정부는 신경부리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세금(농협 추산 8000억원)은 감면해 주고, 분리 이후 발생하는 세금(4000억원)에 대해서는 일반 기업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되 농협의 특수성을 최대한 감안해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그러나 야당은 개편 이후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서도 영구적 감면이나 최소 5년 이상 감면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농협공제의 보험업 전환에 따른 특례 문제는 조합·농협은행을 금융기관보험대리점으로 의제하고 방카슈랑스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정부안의 기본 틀을 유지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또 농업인 불편이 없도록 농·임업인안전공제, 농기계종합공제 등 정책보험에 대해서는 방카슈랑스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경제사업 활성화에 대해서는 야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법 조문을 추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론 '회원의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가공·유통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는 농협법 6조 2항을 신설키로 했다.현재는 '회원의 발전을 도모한다'(6조 1항)로만 돼 있다. 여기에 농산물을 유통·가공·판매하는 경제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구체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회기가 마지막 기회 =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의해 조직과 사업이 정해진다. 농협법 처리가 더 지연될 경우 사업 추진이나 조직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예상되는 이유다.또한 사업구조 개편을 바라는 농업계에 좌절감을 안겨주고 2년여 기간 동안 조직개편 논의가 진행됨에 따른 중앙회 임직원들의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이로 인해 당장 내년도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 사업계획 수립 및 집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사업 구조 개편 지연은 농업계로서도 막대한 에너지 낭비이며 결국 농협과 농업인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사업구조 개편은 구제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농촌 활력 증진을 위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법 개정 후에도 사업 분리에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때 내년 3월 출범을 위해서는 이번 3월 국회 처리가 절실하다. 늦어도 오는 6월까지는 농협의 자체자본조달계획이 수립돼야 정부 예산 편성 절차에 따라 반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법이 통과돼야 자산실사, 필요 자본 확정 등의 자체자본 조달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작업이 가능하다.통과가 안 될 경우 4월 보궐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EU FTA 비준에 이어 내년엔 총선과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농협법 개정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7년 동안 사업구조 개편 논의 반복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며 "이제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조속히 제도적인 틀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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