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① '베를린 진출, 어린 나이에 큰 걸 이룬 기분이다'(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현재 국내에서 인기가 가장 뜨거운 배우는? 2위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1위는 단 한 사람, 바로 현빈이다. SBS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에 아직도 수많은 팬들이 '주원앓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빈이 가장 '뜨거운' 이유는 '시크릿가든' 외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려 두 편의 영화로 베를린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연기력, 연예인의 군입대 회피 이슈를 정면으로 돌파한 해병대 입대, 연인 송혜교와의 결별설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 등이다. 영화 '만추' 시사회에 참석한 현빈을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만났다."2005년에 '내 이름은 김삼순'이 신드롬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와 '시크릿가든'의 인기가 다른 게 있다면 그땐 신인시절이라 많은 사람이 저를 알게 되서 행복하고 좋았어요. 여유가 없어서 사랑받는 게 좋다는 걸 못 느꼈죠. 한번 경험해봐서인지 지금은 즐기고 있습니다."'시크릿가든'과 현빈의 인기는 개봉일을 못 잡고 있던 두 영화의 표류를 멈추게 했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영화 모두 베를린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와 포럼 부문 초청작 '만추'가 2, 3월 2주 차이로 개봉한다. "영화 개봉에 '시크릿가든'의 영향이 있겠죠. 관객수도 차이가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분명히 알게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추'에 대해서는 자신 있습니다. 괜찮을 것 같아요. 요즘 좋은 일만 생기고 있어서 지치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하루하루 행복하고 기분 좋게 지내고 있습니다."미국의 늦가을을 배경으로 하는 '만추'는 수감된 지 7년 만에 특별 휴가를 나온 여자 애나(탕웨이 분)와 사랑을 파는 것이 직업인 남자 훈(현빈 분)이 시애틀행 버스에서 처음 만난뒤 72시간 동안 나누는 짧고 강렬한 사랑을 그린다.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김수용 김기영 감독에 이어 국내에서만 세 번째 리메이크다.현빈이 연기하는 훈은 돈을 위해 몸을 파는 남자로 겉모습은 밝고 껄렁껄렁하지만 속으로는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그는 영어대사가 90% 이상인 훈의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한편 애나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심경과 감정의 변화를 체화시켜 표현했다. "여백이 많은 시나리오였고 그것을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막상 여백을 채우는 건 굉장히 힘들고 외롭기도 하면서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언어가 대부분 영어이다 보니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을 전달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습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찍어야 하는 해외 로케이션이라는 환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현빈과 김태용 감독은 부단히 리허설을 반복했다. 현빈은 촬영 전 미리 시애틀로 넘어가 영어강사 두 명에게 매일 수업을 받았고 동시에 김 감독과 대본 작업을 병행했다. 우리말 시나리오를 영어로 번역해서 리허설하고 '국내 상황이라면 주인공 훈이 어떻게 했을까' 하면서 우리말로 다시 바꿔 연기한 다음 그걸 다시 영어로 번역해서 리허설을 하는 식이었다."리메이크 작품(드라마 '친구')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적이 있어서 감독님께 혹시 자료가 있으면 봐도 되는지 여쭤봤는데 안 봐도 된다고 하셨어요. 제겐 그보다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에서 자란 배우(탕웨이)와 사랑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숙제고 부담이었어요.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해결된 것 같아요. 언어로 안 되는 건 눈빛, 손짓, 발짓을 모두 동원하니 방법이 나오던데요."현빈의 영화 선택 방식이 흥미로운 것은 '나는 행복합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같은 저예산 영화에 매우 적은 출연료를 받거나 아예 '노개런티'로 출연한다는 점 때문이다. 흥행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작품만을 고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기가 자원봉사도 아닌데 제가 모든 영화에 무료로 출연할 수는 없겠죠. 하고 싶은 걸 하는데 상황이 이러저러하니 나 역시 동참하면 좋겠다고 생각해던 것들이 결국 그렇게 된 겁니다. 나와 같이 작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돈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17일 개봉하는 '만추'에 이어 다음달 3일에는 임수정과 출연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개봉한다. 그는 두 작품이 비슷한 점이 없는 다른 영화이니 둘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두 작품을 들고 베를린을 찾는 그의 마음 역시 그러할 것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라는 것 자제가 기대됩니다. 국제영화제에 처음 가보는데 행복하게도 두 작품이나 가게 됐어요. 하나는 경쟁작이라 레드카펫을 밟을 기회까지 생겼죠. 어린 나이에 큰 걸 이룬 기분입니다. 성적을 떠나서 세계 3대영화제에 초청받은 것 자체만으로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한 일이고 영광입니다."현빈은 15일 독일 베를린으로 출국해 20일(현지시간) 폐막식을 지켜본 뒤 21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후 2주가 지나면 해병대에 입대해 팬들과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된다. 현빈은 2년의 군복무에 대해 "그간 내가 몰랐던 사람 김태평(현빈의 본명)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많이 기대되고 흥분된다"는 말로 작별인사를 미리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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