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업 비리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어제 태광 이호진 회장을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제는 한화 김승연 회장 등 11명을 역시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 지 한화는 137일, 태광은 111일만이다. 검찰이 기소장에서 밝힌 두 그룹의 비리는 충격적이다. 한화 김 회장 등은 차명계좌 382개 등으로 비자금 1077억원을 조성해 막대한 세금을 포탈했다. 회사 돈 3200억원을 빼돌려 위장 계열사의 빚을 갚아주기도 했다. 태광 이 회장은 7000여개의 차명계좌로 조성한 4400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심지어는 직원 피복비까지 착복했다고 한다. 파렴치한 짓이다. 차명계좌 운용, 비자금 조성, 회사 자금의 개인 착복 등은 정상적인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물론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반사회적 행위다. 기업들은 한화, 태광 사건을 비자금 조성, 횡령ㆍ배임과 같은 구태를 근절하고 투명 경영의 정도를 걷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기업 비리와는 별개로 검찰의 수사 방식도 문제다. 검찰은 한화 김 회장을 3차례 소환했고 그룹 관련자 321명을 소환 조사했으며 13차례의 압수수색과 19차례의 금융계좌 추적을 실시했다. 태광의 경우도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을 각각 5차례와 4차례 했고 116명을 줄소환했다. 수사 중에 피의자 인권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그럼에도 정작 태광의 방송사업 확장을 위한 로비 의혹 등 검찰이 의욕적으로 파고든 두 그룹의 정관계 로비 혐의는 "구체적 물증이 없다"는 선에서 끝났다. 재계에서 '먼지 털기식 수사로 기업을 죽이고 경제를 망친다'며 반발하고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표적을 정하고 무차별 압수수색과 줄소환으로 물증을 확보하려는 과거의 수사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 "기업 범죄 수사는 환부를 신속하게 도려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수사를 몇 달씩 질질 끌기 보다는 '내사는 길게 하되 수사는 짧게' 함으로써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빈말이 돼 버렸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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