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SBS 월화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은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던 '아이리스'의 스핀오프(후속) 드라마다. 둘은 닮은 점이 많다. 첩보 액션물, 화려한 캐스팅 등을 넘어 블록버스터 급 설정마저 흡사하다. ‘아테나’가 ‘아이리스’의 업그레이드 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요소는 극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뚜렷하게 나아진 부분은 리얼리티. ‘아이리스’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 첩보 액션물답지 않은 허술함으로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혹평에 시달렸다.이병헌은 권총 한 자루만을 들고 중장비로 무장한 테러리스트에 맞섰다. 첩보요원들은 위기 상황에서 허술한 대처 능력을 노출했다. 총기 역시 '장난감 총' 같다는 인상을 짙었다.'아테나'는 다르다. 화려하기만 할 뿐 실속 없는 일당백의 격투 씬 대신 현실적인 실전격투 액션이 펼쳐졌다. 테러집단과의 총격전에선 권총 뿐 아니라 라이플 등 중장비도 등장했다. 총기는 격발음은 물론 탄피가 떨어지는 소리와 잔향까지 섬세하게 구현됐다.
한 차원 높은 영상미도 돋보인다. '아테나'는 영화 '국가대표', 드라마 '추노', '도망자' 등에서 사용된 초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됐다. 덕분에 같은 해외 촬영과 액션신이라도 '아이리스'의 그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깊이 있는 영상미를 자랑한다.불필요한 회상 장면이나 뮤직비디오 식 영상은 최소화했다. 대신 숨 막히는 액션과 빠른 전개 속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며 시청자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김태희, 정준호 등 미스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던 '아이리스'와는 달리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카리스마 넘치는 정우성과 차승원, 관록이 돋보이는 유동근의 연기는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다. 수애는 가냘픈 외모에서 오는 편견을 깨고 여전사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재현해냈다. 김민종은 허술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이자아, 최시원의 연기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평가받는다.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냉정해야 할 A급 정보요원인 정우(정우성 분)가 혜인(수애 분)에게 반해 객관성을 잃거나 맹목적으로 변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두 인물의 애정관계는 돋보일 수 있지만, 시청자의 공감마저 사기는 힘들어 보인다. 첩보물 답지 않게 미숙한 점도 자주 발견된다. 28일 방송분서 혜인은 NTS 정보를 빼돌리면서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런데 현장 검증에선 지문이 채취되지 않았다. 과학수사실장인 숙경(오윤아 분)이 술김에 특급기밀을 혜인에게 누설하는 장면도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뒤이은 전개서 연막작전이 아닐 경우 억지 설정이란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아테나'는 웰메이드 첩보 액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 많은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까닭이다. 영상미, 빠른 전개, 현실감 넘치는 액션, 배우들의 호연 등의 조화에 다수 시청자들은 '미국드라마' 못지않은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아테나'의 앞으로 행보가 결코 비관적이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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