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석기자
사진 이기범기자
(사진 왼쪽부터) 영화 '심야의 FM' 촬영 현장의 김상만 감독, 유지태, 수애
"시나리오 초고를 쓴 분이 김휘 작가(해운대, 하모니)입니다. 그분이 부산 지역 라디오에서 영화음악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인데 라디오 방송과 한정된 공간이 만드는 상황적 설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도 극중 나오는 음악과 스릴러의 리듬감을 접목시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김상만 감독이 두 번째 영화로 '심야의 FM'을 선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기존의 스릴러 영화와 달리 반전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자세히 나오지 않고 스릴러의 장르적 특성을 강조하는 게임적인 요소도 마음에 들었다. "초고의 장점을 바탕으로 해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압축했습니다. 장르의 공식과 긴장감을 강화하는 쪽으로 고치고 스케일을 더 키웠어요. 인물들도 초고에서는 훨씬 강한 측면만 부각됐는데 그 안에서 캐릭터의 변화를 줬죠. 여주인공도 원래 40대의 쌍둥이 엄마였어요."'심야의 FM'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 중 하나는 유지태와 수애의 딸이 벌이는 숨바꼭질이다. 국내 영화에 흔히 등장하지 않는 할리우드식 장르 클리셰다.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보자면 심리적인 측면을 강조한 히치콕보다는 물리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스필버그에 가깝다. "스필버그의 서스펜스 장치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스필버그의 영화에는 호러 장르의 특성들이 있거든요. 숨바꼭질 장면을 위해 일부러 복층 구조의 아파트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미술감독에게 동선을 다 설명해주면서 세트를 만들도록 했어요. 극도의 긴장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김상만 감독이 데뷔 전 찍고 싶었던 작품은 SF 스릴러였다. 평소 좋아하는 감독도 '로보캅' '토탈리콜'을 만든 폴 버호벤이나 '비디오드롬' '엑시스텐즈' 등을 찍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꼽았다. 차기작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마도 액션 스릴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목표를 물었다. 답변은 거창하면서도 소박했다. "충무로에 안착해서 계속 영화를 찍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