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통합의 상징, G20 합의구축자(컨센서스 빌더)'될까
한-EU FTA도 성공적 매듭... '역할론'에 관심[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헤르만 판 롬푸이(Herman Van Rompuy·사진) 유럽연합(EU) 의장. EU대통령으로 더 잘 알려진 그가 G20 정상회담을 맞아 한국을 찾는다. 27개 EU회원국을 대표해 참석하는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컨센서스 빌더(consensus-builderㆍ합의 구축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만 63세의 EU 대통령은 EU가 리스본 조약을 바탕으로 정치적 통합을 이뤄낸 뒤 처음으로 2년6개월 임기의 상임의장에 오른 인물이다. 유럽내에서는 정치 통합의 상징으로 평가되며 모든 나라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판 롬푸이 상임의장은 지난해 11월 EU 이사회를 통해 EU의장에 선임됐다. 6개월 임기의 순번제 의장체제를 갖고 있던 EU는 한명의 대표를 뽑는 내용을 골자로 한 리스본 조약과 함께 판 롬푸이 상임의장을 대표로 뽑았다. 판 롬푸이는 EU 27개국의 의견 수렴과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는 실무자인 동시에 정치 통합이라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EU 상임의장이 된 과정에서 그의 상징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당초 EU의 초대 대통령으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가 거론됐었다. 그러나 EU의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가 블레어 전 총리를 반대하고 나섰다. 영국이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적으로 서부에 편향돼 있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이유일뿐 실질적으로는 유럽정치판이 영국으로 기우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블레어 총리가 선거판에서 사라지면서 대안으로 급 부상한 인물이 바로 벨기에 총리이던 판 롬푸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유럽이나 세계에서 인지도가 약했지만 EU내부의 강대국과 약소국, 좌파와 우파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적인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실제로 그가 벨기에에서 '관리자형' 지도자로 평가받아왔다. '실용형 인재발탁'과 '합의를 통한 업무처리' 등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나라를 이끌어 온 리더였던 셈이다. 2008년 12월 벨기에 총리 자리에 오른뒤 그는 벨기에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언어로 인한 갈등을 진정시켰고, 2차대전후 최악의 위기라고 평가받던 금융위기도 무난하게 버텨냈다. 11개월간의 짧은 기간에 펼친 업적으로 기대이상의 능력을 보인 것.그러나 '11개월의 총리 경력'이라는 점이 그에게 치명적인 한계로 평가된다. 리더, 특히나 글로벌 리더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구 1100만여명의 벨기에에서는 정치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지만 5억이 넘는 인구의 EU를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모국어인 네덜란드어 뿐만 아니라 영어와 프랑스어에도 능통하지만 판 롬푸이의 국제무대 경험부족은 EU대표로서 갖는 약점이 아닐 수 없다.실제로 EU내의 다른 대표에 비해서도 인지도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주간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영향력있는 인물에 베를루스 코니 이탈리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EU 주요국 대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판 롬푸이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활동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석도 곳곳에서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매듭지은 것도 그가 국제적인 활동에 보폭을 넓힌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그는 이달초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에서 만났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 양 대표는 FTA를 바탕으로 자유무역을 확대할 것으로 약속하고, 한-EU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데 뜻을 모았다.이 밖에도 G220 정상회담에서 금융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함께했다. 경제학 석사 학위와 더불어 벨기에 중앙은행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시각을 내놓은 것이다.그는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벨기에 중앙은행에서 처음 사회경험을 했다. 이후 대학 강단에서 경제학을 강의했으며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벨기에 예산 장관으로 일하면서 벨기에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했다.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그가 컨센서스 빌더 역할을 어떻게 해나갈지를 보는 것은 정상회담을 관찰하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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