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종규 기자]삼성의 ‘양신’ 양준혁은 팀 후배들의 명승부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극적인 승리 뒤에는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양준혁은 플레이오프 내내 도우미 역할을 했다. 출장자 명단에 포함된 선수도 아니고, 정식 코치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그라운드에 나서 후배들의 타격 훈련을 도왔다. 경기 중에는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끄는 ‘큰 형님’이었다.지난달 19일 은퇴경기 뒤로는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양준혁의 모습에서는 타석에 서고픈 속마음이 드러났다. 후배들의 프리배팅을 지켜보며 가벼운 스윙으로 연신 바람을 갈랐다. 하지만 현역 때 상대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13일 대구구장. 박석민의 끝내기 안타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뒤 양준혁은 더그아웃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도 이 명승부에 함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묻어났다.그는 “뿌듯하다”는 말로 침묵을 깼다. 이어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어렵게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다.양준혁은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건 없다”며 “본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 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바람 잡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중심에 선 인물이 아닌 주변인임을 강조한 것이다.그는 팀의 한국시리즈를 예상하며 “어차피 힘든 승부가 될 것을 알기 때문에 편하게 경기에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이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우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우승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시리즈에 언제 또 올라갈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팀의 젊은 클린업 트리오인 박석민·최형우·채태인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물론 잘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본다”며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을 좀 더 가지면 리그를 들었다 놨다 하는 선수들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열정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그는 더 이상 헬멧이 벗겨질 정도의 전력질주로 팀 승리를 이끌 수 없다. 하지만 더그아웃에서 엄청난 존재감으로 후배들 곁에 머물고 있다. ‘양신’의 보이지 않는 위력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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