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에 '미국편' 드는 IMF·WB

[아시아경제 워싱턴=박연미 기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본격적으로 G2(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 전쟁에 개입하고 나섰다. 물론 '미국편'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8일(현지시각) 오전 워싱턴 IMF본부에서 시작된 IMF-WB 총회 개막 연설을 통해 "앞으로는 IMF가 직접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칸 총재는 이어 "IMF는 위안화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데 동의한다"며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즉시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 적자가 중국의 수출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낮게 유지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그는 연설에서 "환율을 무기화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환율 무기화는 결국 아주 나쁜 상황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칸 총재는 이어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국내의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다"며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환율 평가 절하 경쟁은 결국 더 큰 문제를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이런 입장을 거듭 밝혔다. 칸 총재는 "중국과 같은 거대 신흥국들이 IMF 내에서 발언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세계 경제에 더 큰 책임을 지는 일과 더불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창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IMF 쿼터(지분) 개혁 작업이 위안화 절상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총회에서는 중국과 신흥국들의 쿼터가 얼마나 늘어나게 될지가 관심사다. 칸 총재의 발언은 일각의 기대처럼 중국의 쿼터가 회원국 내 3위까지 늘어나려면 위안화 문제에 보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압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총회 주최국 재무장관 자격으로 연설에 나선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한 수 거들었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금은 강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할 때"라며 "무역수지 흑자국들이 내수 확충으로 성장하는 데에 소극적이며, (수출 증대를 위해)환율 절하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정조준한 언급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역시 기자들과 만나 "환율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분쟁으로 치달아 보호주의를 초래한다면 (세계 대공황이 왔던)지난 1930년대의 실수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으로 이웃을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의 양보를 종용했다. 물론 중국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같은 날 IMF-WB 패널 토론에 참석해 "중국의 환율 정책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시장의 수급에 따른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은 점진적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앞으로도 위안화 환율은 충격 요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이 미국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미국과 국제기구의 압력에 뜻을 굽힐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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