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강경록 기자]배우 김병옥이 영화 '퀴즈왕'으로 돌아왔다. 장진 감독과는 이번이 첫 만남. 극중에서 김병옥은 단 한 번도 우승자가 나오지 않는 133억짜리 퀴즈쇼에 우연히 마지막 정답만을 알게 된 '상식제로' 15인 중 우이모(우울증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장인 김정상역을 맡았다.김병옥은 '퀴즈왕'에서 우리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주는 '약자'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동안 강렬한 눈빛과 강한 카리스마로 악역 전문 배우로 각인됐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배우 김병옥의 또 다른 면을 확인할 수 있다."그동안 제가 맡았던 캐릭터와는 상반된 캐릭터에요. 우울증을 겪고 있는 한 사람으로 우사모(우울증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장이기도 해요. 이번 역에서는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요. 하지만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데도 없는 사람의 입장이에요. 보통 우리나 주변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하잖아요. '미치고 환장해서 돌아버리겠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역할'. 우리 사는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어요. 특히 힘없는 자, 소시민들이 기댈 곳도 없고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잖아요. 그런 모습들을 관객들이 공감해 주시리라 믿어요. 보는 이의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해요"김병옥을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두부를 이영애에게 내밀던 모습. 장진 감독이 코믹 영화 '퀴즈왕'에 김병옥을 캐스팅하기에 그의 이미지가 강한 건 사실. 장진 감독이 그를 캐스팅하기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이런 기회를 준 장진 감독이 너무 고마워요. 제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웃음코드를 다시 꺼내어주었어요. 저에게는 의외였고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동안 저의 이런 강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저를 알릴 수 있어 도움도 됐지만 배역에 한계라는 단점도 있었어요. 이런 저에게 변화의 계기를 준 장진 감독이 너무 감사하죠""이번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영화 속 저를 보고 '저사람 맞어?'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의아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이 이번에 굉장히 큰 소득이었고 보람이었어요. 그렇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어쨌던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83년 처음 연극무대를 밞았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충무로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올드보이'와 '친잘한 금자씨' '인사동 스캔들' '고사 두 번째 이야기'등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 그런 그도 '퀴즈왕'의 김정상 역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눈에 힘 빼는 게 힘들었어요. 사실 악역을 할 때는 사람을 괴롭히고 폐부를 찌르면서 그런 쾌감은 있어요. 그러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억울한 일을 당하다보니 다 풀어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세가 낮춰지더라구요. 악역할 때는 모든 것을 앉아서 오더를 내리고 눈빛만 한번 주면 됐지만 이번 역은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고 분함을 해소해야하는 역할이잖아요. 물론 극중이지만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보니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고 알겠더라구요"특히 그는 영화 ‘퀴즈왕’은 '코믹과 연민이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을 코믹하게 풀어나갔다고 생각해요. 특히 영화 전반에 연민이 깔려 있어요. 서로가 서로를 믿는 것 같으면서 믿지 못하는 그런 불신에서 오는 그런 심리와 연민이 같이 있는 영화에요.” 이어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분석해 가며 보는 것을 경계했다. 영화 '퀴즈왕'은 분명히 코미디 영화임을 강조하며 편하게 보길 바랬다. "추석 때 그냥 편하게 오셔서 가족, 친구들과 박장대소하시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가셨으면 해요. 최근 경기도 안좋고 홍수로 물가도 많이 오르고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잖아요. 이번 퀴즈왕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아주 단순해요. 사랑하면 포근해지고 감싸주고 위로해주고…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가 도와줄려고 하는 그런 희망이죠. ‘바른 생활을 하며 바르게 살자’라는 단순한 메시지니 퀴즈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편하게 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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