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되는 범현대가..名家재건 꿋꿋한 '맏형의 길'

[현대차그룹 MK시대 10년]<하>만도·현대종합상사·오일뱅크 인수 단합 가시화32년 숙원사업 제철소 준공..땀과 혼 깃든 걸작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어린애처럼 굉장히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그런 부친의 모습을 벅찬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지난 4월 8일 현대제철 준공식에서 정몽구ㆍ정의선 부자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현대가(家)의 숙원 사업을 성취한 듯 감격에 겨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시도한 고로 방식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32년 만에 '3전4기'로 성공시킨 역사적인 날이었다. 오랜 한을 푸는 자리이기도 했고 현대가 장자로서 명가 재건에 나섰다는 남 다른 의미도 있었다. 현대가의 적통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10년은 현대그룹의 와해와 함께 시작된 만큼 이를 다시 추스르는 10년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0년 9월1일 재계 서열 부동의 1위였던 현대그룹은 분가를 시작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이 계열 분리되고 현대건설 등 일부 계열사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채권단 관리를 받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현대그룹 내 자동차소그룹을 이끌던 정 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 현대강관(현재 현대하이스코) 등 10개 계열사를 이끌고 독립했다. 당시 자산 총액 35조7000억원.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현대가는 자산 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재계 서열 2위로 뛰어올랐다. 매출액은 10년 전 16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4조6520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키운 정 회장은 지난 10년간 현대그룹 재건에 묵묵히 나섰다. 현대체절 준공식은 그 중 하나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8년과 1994년 두 차례 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포스코에 밀리거나 정부의 공급 과잉 우려로 번번히 좌절됐던 사업이다. 정 회장은 1996년 현대그룹 회장 취임과 동시에 일관제철소 사업을 재추진했다. 일관제철소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쇳물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자원 순환형 사업구조'를 완성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는 정주영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지만 일관제철소는 자신이 직접 땅을 파는 것부터 시작해 완공시킨 땀과 혼이 깃든 걸작이기 때문이다.정 회장의 현대가 명가 재건 움직임은 KCC 정상영 회장과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의 물밑 지원을 받는 모양새다.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한 것에서부터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를 차례로 되찾은 것도 명가 재건에 힘을 보탰다. 한라그룹은 만도를 인수할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 등의 세력으로부터 좌초 위기에 놓였지만 정 회장을 중심으로 범현대가가 힘을 모아 인수ㆍ합병(M&A)에 성공했었다. 계열 분리 이후 처음으로 범현대가 단합이 가시화된 사례다. 이후 지난해와 최근에 걸쳐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범현대가가 예전 현대 계열사를 차례로 인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위한 목적이지만 과거 현대가의 명성을 복원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현대가 명가 재건을 꿈꾸는 정 회장의 시선은 이제 현대건설에 꽂혔다. 현대건설은 그룹의 모태이며, 특히 현대건설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계동 사옥은 범 현대가의 흥망을 고스란히 담은 현대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가의 적통을 잇는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차그룹의 외연 확대라는 실리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는 매출 대부분이 빌딩, 공장, 도로, 항만 등 공사부문과 플랜트 사업에 치중돼 있다. 토목과 플랜트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의 주택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자동차, 제철에 국한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 가능한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 공고가 나오면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라며 "범 현대가에서도 장자인 정 회장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데 중지가 모아졌다"고 말했다.김혜원 기자 kimhy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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