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기가 곳곳에서 다시 회복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공개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 전망 하향을 필두로 소매판매·제조업지수·소비자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시장 전망치를 하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여기에 기업 실적도 투자자들에게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대형 금융회사의 실적이 부진했고, 전망치를 웃도는 결과물을 내놓은 기업도 주가 랠리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 시장 전문가는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주문했다.◆ 연준 경기하향 전망 = 이번주 2분기 실적 발표의 포문을 연 알코아와 인텔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놨다. 이로 인해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미국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고무적인 분위기도 잠시. 이어 발표된 연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다시 한 번 경기 회복 둔화 우려를 높였다.14일(현지시간)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3.7%에서 3.0~3.5%로 하향 조정하고, 실업률 전망치는 하단을 9.1%에서 9.2%로 높였다. 또 향후 미국 경기회복 속도가 '비교적 완만하게(relatively modest)'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으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로 인해 미국 증시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텔 실적이라는 호재를 충분하게 만끽하지 못했으며, 전 세계 증시 역시 요동쳤다.토머스 투치 로열뱅크오브캐나다 국채거래 부문 대표는 "연준이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디플레이션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면서 "연준이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이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표도 부진..우려감 증폭 = 문제는 이어 발표된 지표들이 모두 시장 전망치를 맴돌며 경기 회복 둔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연준이 경기 전망을 하향하던 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5%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미시건대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66.5로 11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CPI도 전월대비 0.1% 하락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다. 고용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이젤 골트 IHS 글로벌 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부진이 소비수요를 끌어내려 물가가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제조업 경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5일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7월 뉴욕 제조업경기 지수는 5.1을 기록, 전달 19.6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어 발표된 7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도 전월 8.0에서 하락, 1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5.1을 기록했다.데이비드 시멘스 스탠다드앤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제조업 경기 부진이 지속된다면 이는 곧바로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향후 증시 전망은 = 발표된 지표 뿐 아니라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은행의 실적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증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찰스 메르셀 애스톤토드-베레더스 셀렉트그로우스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부진한 은행 실적에 실망했다"면서 "특히 최근 통과된 금융개혁안으로 인해 향후 이들의 수익 전망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주식 시장 전망이 흐려지면서 미국 국채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번주 동안 0.1%포인트 하락했다.히라마쯔 신지 솜포일본자산운용 매니저는 "미국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인 만큼 투자자들이 채권 매도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반면 기업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이번 경기 침체가 일시적일 뿐이라는 낙관론도 없지 않다. 피터 카르딜로 아발론파트너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경기침체의 재발보다는 경기 성장 둔화를 걱정하는 모습"이라면서 "이들은 더블딥 침체 위험이 없다고 여기고 있으며, 기업실적 개선으로 인해 경기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안혜신 기자 ahnhye8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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