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980년 광주항쟁 뒤 민심을 추스르고 정권 정당성을 홍보하려 신군부가 개최한 관제문화행사 '국풍81' 추진업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KBS에서 면직처분을 받은 소리꾼(당시 PD) 임진택씨가 "면직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했다. 서울고법 민사2부(황병하 부장판사)는 임씨가 "1981년 사직의사를 밝힌 것은 정부당국의 강박에 따른 것이므로 무효"라며 KBS를 상대로 낸 면직처분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씨가 1981년 당시 엄혹한 시대상황에서 '국풍81' 행사 참여 거부의사를 밝혀 정부당국과 KBS 경영진에게서 강제해직 등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은 되나, 이를 넘어 임씨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빼앗긴 상태에서 사직의사를 밝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풍81' 행사 준비ㆍ운영 책임을 맡은 KBS 경영진은 당시 상황에서 임씨가 행사에 참여하도록 설득하지 못할 경우 임씨 거취문제를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해야 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임씨로서는 동료들이 곤란에 빠질 것을 염려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을 여지가 있는 점, 임씨가 정부당국 또는 KBS 경영진에게서 해악을 가하겠다는 고지를 받은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임씨가 사직서 제출을 원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당시 상황에서 사직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979년 동양텔레비전(TBC)에 입사했다 이듬해 신군부의 '언론기관 통폐합' 조치에 KBS PD로 일하게 된 임씨는 1981년 2월 허문도 당시 청와대 문화공보비서관에게서 KBS가 행사준비 및 운영을 맡은 관제문화행사 '국풍81' 추진업무 참여를 제안 받았다. 임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재야문화예술인 김지하 시인과 가수 김민기씨를 만나 대처방안을 논의한 며칠 뒤 청와대를 찾아가 허 당시 비서관에게 "국풍81과 같은 관제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김지하, 김민기에게 국풍81 참여를 권유하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청와대에서 KBS 사무실로 돌아온 임씨는 이사 윤모씨에게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몸을 피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전북 정읍시의 한 절로 가 주변과 연락을 끊은 채 지냈다. 한 달이 조금 지나 다시 서울로 돌아온 임씨는 예능국 기획조정실장 이모씨에게서 "끝까지 국풍81 행사를 맡지 않겠다고 한다면 KBS에서 사직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1981년 3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씨는 2008년 12월 "허 당시 비서관과 KBS 경영진의 강박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했으므로 이에 따른 면직처분은 무효"라며 KBS를 상대로 처분무효확인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신군부가 국면전환용으로 개최한 국풍81은 1981년 5월28일부터 6월1일까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전국 대학생 민속ㆍ국학 큰잔치'라는 취지로 열린 행사이며 한국신문협회가 주최하고 KBS가 주관했다. 전국 198개 대학에서 학생 6000여명이 참여했고, 각종 공연과 축제 등이 이어졌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성정은 기자 jeu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