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에선 견고한 단결력을 보였지만,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친박계에서 가장 먼저 전대에 도전장을 내민 인사는 재선의 이혜훈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4일 '경제론'을 내세우고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재선의 이성헌·한선교 의원이 28일 출사표를 던진데 이어 29일에는 3선의 서병수·재선의 주성영 의원도 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에서 교통정리를 거쳐 2명의 후보를 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모두 5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친박 중진들까지 나서 교통정리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후문이다.친박 후보가 난립하면서 '박심(朴心)'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혜훈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친박 의원들 모두 '박근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며 저마다 "박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지키겠다"는 모토로 전대에 나선 이성헌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출마할 수 있었다"며 박심을 강조했고, 서병수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친박 대표 주자로 나서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선교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천막 당사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친박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를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선교 의원은 "중진들이 결정하는 후보 정리는 동의할 수 없다"며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가 아니면 경선을 완주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서병수 의원은 "친박에선 '서병수+α'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자신을 제외한 후보 단일화를 강조했다.일각에선 '1인2표'인 전대에서 표 분산을 막기 위해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조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설 경우 친이계가 반발하는 등 계파갈등이 불거질수 있어 불가능해 보인다. 이성헌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진(조율하지) 않을 것"이라며 "친박은 당내 소수파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7월5일 이전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 후보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친박계 지지도 쪼개지는 모습이다. 홍사덕 의원은 전날 친박계 의원 모임인 '여의포럼' 창립 2주년 세미나에서 "지방선거 이후 쇄신과 화합의 깃발을 든 김성식 의원이 전대에 나왔다"며 "김성식 의원에 대해 친박 의원 못지않은 애정을 표할 것"이라고 공개 지지를 보냈다.이처럼 친박 내부에선 당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세종시 문제 앞에선 견고한 결속력을 과시했다. 전날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에서 김무성·최구식·진영 의원 등 3명을 제외한 친박 의원 대부분이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 토론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12년 만에 첫 본회의 찬반 토론에 나서 수정안 부결을 촉구하며 '표 단속'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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