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되고 싶다면 혈관을 사수하라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회사에서 윗사람과 아랫사람 모두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최기현(46, 가명) 부장. 며칠 전 회사 등반대회 때 생겼던 일을 생각하면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난다.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심장을 큰 대바늘로 찌르는 듯 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산행을 포기하고 쉬면서 통증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너무 무심했나', '이제 신호가 오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잦은 야근, 술자리, 스트레스 등 중년 남성의 일상은 심장에 지속적 부담을 준다. 이는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심혈관계 질환'으로 연결된다.  심혈관질환은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액 공급이 감소하거나 중단돼 나타나는 질병이다. 심근경색 및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팔다리 동맥경화 같은 말초동맥질환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인구 10만 명당 114.3명꼴로 암에 이어 2위다. 뇌혈관질환까지 합하면 명실공히 1위 사망원인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진다 해도 마비나 언어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 후유증이 남게 되고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당뇨병 ▲흡연 ▲비만 ▲가족력 등을 꼽고 있다. 위험인자를 많이 가질수록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류의 높은 압력으로 동맥 혈관 벽에 상처가 나게 된다. 상처가 난 부분에 기름기가 끼게 되면 혈관의 지름이 좁아져 압력이 올라간다. 고혈압 환자의 50% 정도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을 경험하게 된다.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으면 동맥 내벽에 침전물을 형성하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250mg/dl 이상인 사람은 200mg/dl 미만인 사람과 비교할 때 관련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5배 정도 증가한다.  때문에 이런 만성병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정하는 정상수치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흡연이나 비만 등 생활습관과 관련된 '고칠 수 있는' 위험인자를 최대한 이른 나이에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금연 및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 적절한 약물요법을 통해 위험인자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 중에 심혈관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인 혈전(피떡)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이 덩어리지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다.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은 6건 정도로 임상시험 참가자만 9만 5000여명에 이른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는 심혈관질환 가족력,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병 외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보유한 50세 이상 남성 혹은 60세 이상 여성은 저용량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스피린 제대로 먹는 법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아무나 먹을 필요는 없다. 김재중 울산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효용성과 부작용을 따졌을 때 효과가 크다고 판단될 때에만 복용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스피린이라고 해서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의미다. 혈액의 응고를 막아주기 때문에 피가 빨리 멈춰야 하는 수술 상황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심성보 가톨릭대 교수(여의도성모병원 흉부외과)는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나 치아를 뽑아야 하는 사람들은 1주일에서 적어도 4일 전에는 아스피린 복용을 끊어야 한다"며 "본인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은 병원에 갈 때 약 봉투를 가지고 가서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때문에 본인 스스로 약을 사 먹는 사람들은 수술이나 치과치료를 앞두고 약 복용 사실을 의사에게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 위궤양 같은 출혈질환이 있는 사람도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크게 겪을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아스피린 복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강경훈 기자 kwk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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